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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라마콘 2025, AI 판 흔들까?
오픈소스 생태계 공략한 메타의 승부수
2025.07.09
2025년 4월 29일(현지 시각),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Meta)가 첫 AI 개발자 컨퍼런스 ‘라마콘(LlamaCon) 2025’를 열었습니다. 라마콘은 매년 9월 메타버스나 하드웨어 중심의 제품 발표 행사인 ‘커넥트(Connect) 컨퍼런스’에서 개최됐는데, 올해부터는 개별 행사로 분리해 오픈소스 생태계를 선도하겠다는 전략을 공개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메타가 자체 개발한 라마(LLaMA, Large Language Model Meta AI)는 ChatGPT(Open AI)나 Gemini(Google)처럼 텍스트를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는 거대 언어 모델(LLM)입니다. 다만 중요한 차이가 있죠. 오픈소스라는 점입니다. 누구나 접근하고, 수정하고, 확장할 수 있는 구조. 라마콘은 그 열린 구조 위에서 무엇이 가능할지 보여준 자리였습니다.
메타는 이 생태계의 가능성을 현실로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메타의 수장 마크 저커버그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까지 무대에 등장했습니다. 그들의 메시지는 명료했습니다. ‘AI는 더 이상 실험이 아니라, 산업의 구조를 다시 짜고 있다’라는 것입니다.
✨ 메타 AI 앱, 소비자를 움직일 수 있을까
메타 블로그에서 공개한 ‘메타 AI’ 데스크톱 버전 (출처)
라마콘 2025에서 큰 주목을 받은 건 개인 AI 비서처럼 쓸 수 있는 메타 AI 앱입니다. 이 앱은 메타의 최신 AI 모델인 ‘라마4’를 기반으로 이용자의 질문에 답하고 글쓰기, 아이디어 제안, 이미지 생성 등을 수행합니다. 이전 대화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메타 서비스에서 활동한 기록을 바탕으로 맞춤 답변과 추천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용자가 특정 주제를 자주 검색했거나 관심을 보였다면 기억했다가 관련 정보를 먼저 제시하거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 주죠.
‘메타 AI’ 앱 음성/텍스트 대화 화면 (출처)
메타 AI 앱의 또 다른 특징은 다양한 메타 플랫폼과의 통합입니다. 왓츠앱(WhatsApp), 메신저, 인스타그램 등 기존에 쓰던 메타의 앱들 안에서 메타 AI 기능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친구와 왓츠앱으로 대화하다 맛집 정보를 얻고 싶을 때 별도의 앱 실행 없이 대화 창에서 메타 AI에게 묻고 답변을 공유하는 식입니다. 또한, AI와 음성 대화 시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구현하기 위해 상대의 말을 끊지 않고 청취하다 적절한 시점에 응답하는 ‘풀 듀플렉스(full-duplex)’ 기능도 탑재됩니다.
🎯 전문 모델 조합 제시한 라마4 시리즈
이번 라마콘에서 주요하게 선보인 라마4의 기술적 특징 중 하나는 멀티모달(Multimodal)을 대폭 강화한 점입니다. AI가 텍스트를 이해하는 걸 넘어, 이미지나 영상 같은 시각 정보까지 함께 보고 처리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이죠. 우리가 글을 읽는 동시에 그림이나 영상을 보며 종합적으로 정보를 파악하듯, 라마4는 텍스트와 시각 정보를 통합 분석해 맥락에 맞는 답변이나 창작물을 풍성히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복잡한 그래프가 포함된 문서를 요약하거나, 특정 분위기의 이미지를 묘사하는 글을 생성할 때 훨씬 뛰어난 성능을 보여줄 것입니다.
라마4 멀티모달 기능을 활용해 이미지와 텍스트를 제시하며 정보를 얻는 예시 (출처)
한편, 라마4는 MoE(Mixture-of-Experts) 내부 구조를 채택했습니다. 이는 흡사 전문 분야가 다른 소형 두뇌들이 팀을 이뤄 협력하는 방식과 유사합니다. 질문이나 작업이 주어지면 그에 가장 적합한 전문 두뇌들만 선택적으로 활성화돼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고 효율적입니다.
라마4 시리즈에는 ‘라마4 스카우트(Scout)’, ‘라마4 매버릭(Maverick)’처럼 여러 규모와 특성을 보유한 모델이 포함돼 있고, 한 번에 기억하고 처리하는 정보량(맥락 창)이 이전 모델보다 확장됐는데요. 덕분에 많은 분량의 문서를 이해하거나 장시간의 대화 흐름을 놓치지 않아 더 복잡한 작업이 가능합니다.
🎲 소형 하드웨어용 경량 모델도 선보여
가벼운 하드웨어에서도 동작해 다양한 서비스 제조에 기여하는 모델도 소개했습니다. ‘라마3.3 8B’는 일상적인 글을 이해하고 생성하는 데 충분한 지능인 80억 개(8B) 매개 변수(AI가 학습하고 판단하는 기준점)를 보유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내용 요약 도구부터 챗봇, 간단한 번역 기능, 관심사 콘텐츠 추천 시스템, 기본적인 음성 명령을 처리하는 AI 비서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많은 개발자가 이러한 경량화 모델을 활용해 스마트폰 앱, 웹 서비스에 AI 기능을 빠르게 탑재하고 있죠.
특히 주목할 도구는 ‘미세 조정(Fine-Tuning)’입니다. 요리사가 기본 레시피를 응용해 자신만의 특별식을 만들 듯, 개발자들이 이 모델을 각자 서비스 목적에 맞게 전문적으로 훈련할 수 있습니다. 의료 상담, 법률 자문용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AI를 제작하고, 만든 AI의 능률을 평가하는 도구도 제공합니다.
나아가 메타는 개발자들이 자신의 서비스에 라마 AI를 손쉽게 연결하도록 ‘라마 API’라는 통로도 마련했습니다. 설치 과정이 복잡하지 않아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는 수준으로 AI 기능을 가져다 쓸 수 있죠. 파이선(Python), 타입스크립트(TypeScript) 등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 AI 기능을 블록처럼 조립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게다가 AI가 부적절하거나 위험한 내용을 만들어내지 않도록 모든 과정에 ‘라마 가드4(Llama Guard 4)’ 같은 안전장치를 가동해 안심하고 경험할 수 있습니다.
라마 API 프리뷰 작업 화면 (출처)
🗝️ 도구를 넘어 동료가 될 AI
라마콘 2025에서 강렬하게 다가온 메시지는 AI를 ‘도구’가 아니라, 인간과 가치를 창조하고 발전시킬 ‘동료’로 보는 시선이었습니다. 특히 개발 현장에서 AI의 역할 변화는 더 두드러질 전망이라고 하는데요.
메타의 수장 마크 저커버그는 변화 속도를 구체적으로 예측했습니다. “2026년에는 개발 상당수가 사람이 아닌 AI에 의해 이뤄지고, 사례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AI가 코드 개발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거라 주장했습니다. AI가 창작과 핵심 개발 단계에서 능동적인 참여자가 된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죠.
오픈소스 생태계의 폭발적인 잠재력도 강조했습니다. “다양한 모델을 조합할 수 있는 게 오픈소스 가치 중 하나. 딥시크(DeepSeek) 등 다른 모델이 적합하거나 알리바바 클라우드 오픈소스 LLM ‘큐원(Qwen)’이 특정 부분에서 더 뛰어나다면, 개발자는 여러 모델의 지능 중 취사선택해 필요한 걸 만들어낼 것이다.” 전 세계 개발자들이 특정 기업에 종속되지 않고, 집단 지성으로 AI 기술을 발전시키는 시대가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와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 대담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 역시 AI가 이미 개발 현장에 깊숙이 관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저커버그와의 대담에서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의 내부 코드 약 20~30%와 일부 프로젝트는 소프트웨어(AI)로 작성됐다.”라며 그 수치는 증가 추세라 덧붙였죠. 창의적이고 복잡한 문제 해결에 집중하도록 개발자를 서포트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는 셈입니다.
메타 CPO 크리스 콕스는 라마 생태계 성장세를 언급하며 흐름을 뒷받침했습니다. “라마 모델은 출시 2년여 만에 다운로드 12억 건을 상회했고, 개발자 수천 명이 참여해 파생 모델 수만 개가 구축되고 있다.”라고 발표한 겁니다. “이제 단 한 줄의 코드로 라마를 시작할 수 있다.”라며 새로 공개한 라마 API의 접근성도 강조했습니다. 전문 개발자가 아니어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개발에 도전하고, 자신만의 AI 기반 서비스를 만드는 세상이 성큼 도래한 것입니다.
🎉 메타의 야심은 메기가 될 수 있을까
그러나 라마콘 2025 이후 대중의 반응이나 메타의 행보를 비춰볼 때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특히 컨퍼런스 전후 제기된 다양한 문제들은 메타의 오픈소스 생태계 리더십이 기대만큼 매끄럽게 작동하지 못했음을 보여줬는데요.
무엇보다 라마4 성능 논란이 불거진 게 화근이었습니다. 성능 비교 벤치마크인 LM아레나(LMArena)에서 라마4 매버릭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발표했지만, 개발자들에게 공개된 일반 버전과 테스트에 쓰인 버전 간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죠. 두 버전이 서로 다른 게 아니냐는 질문에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 입장을 냈지만, 벤치마크 신뢰성 및 실용성 문제로까지 번졌습니다.
또 라마3.3 8B와 같은 경량 모델을 통해 엣지 디바이스에서 AI를 실행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라마4 제품군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가진 것으로 소개한 플래그십 모델 ‘베헤모스(Behemoth)’의 출시가 계속 연기되면서, 메타의 AI 개발 능력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맙니다. 그와 함께 메타 내 기초 AI 연구소(FAIR) 개발자 상당수가 회사를 떠나는 등 인력 유출 이슈도 불거졌죠.
메타 AI 어시스턴트 (출처)
AI는 더 이상 소수가 다루는 기술이 아니기에, 누구나 접근하고 재해석하는 언어가 되어야 한다고 설파한 ‘라마콘 2025’. 경쟁과 자극을 통해 전체 시스템을 활기차게 만드는 전략을 ‘메기 효과’라고 하죠. 그런 의미에서 라마콘은 메타가 AI 시장, 특히 오픈소스 영역에서 판을 흔들 메기가 되기 위한 일종의 포지셔닝이었습니다.
하지만 라마콘 이후 메타가 보여준 모습은 오픈소스 기반의 AI 생태계를 주도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결국 관건은 신뢰와 성능입니다. ‘라마의 성능은 충분한가?’, ‘메타 AI 앱은 실제로 일상에 잘 녹아들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메타는 당분간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할 듯합니다.
‘도구 대신 동료’라는 선언이 향후 소비자와 개발자에게 진짜 효용으로 이어지려면 기술 투명성을 확보하고, 안정화된 인력과 윤리 가이드를 마련해 실질적 조처를 해야 할 것입니다. 이 거대한 그림자를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따라 메타는 오픈소스 생태계에서 진정한 메기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그림자로 남을지 결정되리라 봅니다.
본 콘텐츠는 최신 기술 트렌드를 분석하고 SK텔레콤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Tech Combinator팀의 자문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