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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아시아 최대 규모 ICT 박람회
‘COMPUTEX 2025’ 핵심 노트
2025.07.09
컴퓨텍스(COMPUTEX)는 1981년 첫선을 보인 이래 매년 타이베이에서 컴퓨팅 기술의 최전선을 조망해 온 아시아 최대 규모 ICT 박람회입니다. 올해 행사도 5월 20일부터 사흘간 약 6만㎡에 달하는 난강전시센터(TaiNEX) 전시장에 ICT 기업 및 기관 1,400여 곳이 참가하고 관람객 8만 6천 명이 방문해 문전성시를 이뤘는데요. 올해 주제는 'AI Next'. AI 컴퓨팅, 로보틱스, 미래 모빌리티, 차세대 기술 등을 중심으로 각 기업이 자사의 전략과 기술을 공개하며 AI 시대의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 주목할 만한 기업은?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의 키노트 현장. 90분의 발표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출처)
이번 컴퓨텍스에서는 AI 생태계를 이끄는 네 개 기업의 발표가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엔비디아(NVIDIA), 퀄컴(Qualcomm), 미디어텍(MediaTek), 폭스콘(Foxconn)이 그 주인공입니다. 우선 엔비디아 CEO 젠슨 황(Jensen Huang)은 5월 19일 기조연설에서 대만에 AI R&D 센터를 설립하고, 국가 단위 AI 프로젝트인 '소버린 AI(Sovereign AI)'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동시에 NVIDIA GPU와 CPU, 타사 칩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인터커넥트 기술 ‘NVLink Fusion’도 공개하며 AI 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을 강조했습니다.
퀄컴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은 자사 오라이온(Oryon) CPU 기반 ‘스냅드래곤 X’ 칩이 윈도우 PC 시장에서 거둔 1년간의 성과를 소개하고, 2026년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습니다. 미디어텍 CEO 차이리싱(Rick Tsai) 또한 모바일 AP 1위 기업의 위치를 넘어, 데이터센터용 CPU와 ASIC(주문형 반도체)까지 확장 전략을 내놨습니다. 그리고 폭스콘 CEO 류양웨이(Young Liu)는 AI, 로봇, 디지털 트윈을 융합한 차세대 산업 플랫폼 ‘AI 팩토리(AI Factory)’를 공개하고, 미쓰비시와 함께 전기차 OEM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죠.
네 기업의 발표는 AI 고도화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전략을 보여주었습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를 넘어 전체 인프라를 포괄하는 'AI 토털 솔루션' 구상을, 퀄컴과 미디어텍은 소비자용 기기에서 데이터센터까지 아우르는 확장 전략을, 폭스콘은 제조 현장에 AI를 적용한 스마트 팩토리의 실증 사례로 디지털 전환을 구체화했습니다.
📋 5가지 키워드로 본 AI NEXT
AI 넥스트 시대가 글로벌 비즈니스와 제조 혁신의 구심점이 되고 있음을 증명한 ‘컴퓨텍스 2025’. 특히 주요하게 언급된 키워드는 무엇이었을까요?
첫 번째, AI Server
올해 컴퓨텍스에서 가장 주목받은 키워드 중 하나는 단연 AI 서버였습니다. 특히 기가바이트(GIGABYTE)는 블랙웰 울트라 B300 칩을 탑재한 서버와 자체 개발한 'GIGA POD' 통합 솔루션을 공개했는데요. B300은 기존 B200 칩보다 성능이 50% 향상된 차세대 AI 칩으로, 큰 AI 모델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특히 HGX B300 NVL16 기반 서버는 기존 세대 대비 11배 빠른 LLM(대규모 언어 모델) 추론 성능을 제공하며, 7배 더 많은 연산 능력과 4배 큰 메모리로 ChatGPT 같은 초대형 AI 서비스도 훨씬 빠르게 처리할 수 있죠. GIGA POD는 이러한 고성능 서버들을 랙 단위로 통합한 솔루션으로, 데이터센터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완성형 AI 인프라를 제공합니다.
에이수스(ASUS)는 컴퓨텍스 2025에서 기업용 AI 팩토리 솔루션 'ASUS AI POD'를 공개하며 AI 서버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이 시스템은 엔비디아 GB300 NVL72 플랫폼 기반으로, 72개의 블랙웰 울트라 GPU와 36개의 ARM 기반 그레이스 CPU를 하나의 랙에 통합한 초고밀도 설계인데요. 슈퍼컴퓨터 수준의 연산 성능을 한 랙에 담은 셈이죠. 특히 주목할 점은 ASUS AI POD이 엔비디아 MGX 플랫폼을 활용한 모듈식 설계라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CPU, GPU, 냉각 방식(공랭/수랭) 등을 필요에 따라 맞춤 설정할 수 있어, 마치 컴퓨터를 조립하듯 AI 서버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슈퍼마이크로(Supermicro)는 기존 공랭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액체 냉각(Direct Liquid Cooling, DLC) 기반의 고성능 서버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엔비디아 GB300 NVL72와 HGX B300 NVL16 시스템을 기반으로, 고발열 GPU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서버는 에너지 효율과 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여기에 모듈형 데이터센터 솔루션(DCBBS)을 통해 최대 256대의 수랭식 서버, 총 2,048개의 GPU를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할 수 있는 구조도 제시했죠.
엔비디아 GB300 NVL72 시스템 (출처)
두 번째, AI Chip
AI 서버의 성능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핵심, 바로 AI 메모리입니다. AI 칩 경쟁은 속도, 집적도, 에너지 효율의 삼박자를 중심으로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차세대 AI 메모리 제품은 SK하이닉스가 올해 하반기 양산 예정인 HBM4입니다. 메모리 칩을 최대 16단까지 쌓아 올려서 무려 48GB라는 엄청난 용량을 제공합니다. 기존 HBM3E보다 데이터를 주고받는 속도와 저장 용량이 크게 개선됐고, 엔비디아의 새로운 그래픽 카드와 완벽하게 호환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SK하이닉스 HBM4 메모리 (출처)
또한 SK하이닉스는 SOCAMM이라는 새로운 메모리 기술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SOCAMM은 'Small Outline Compression Attached Memory Module'의 줄임말로, 엔비디아가 표준화를 이끌고 있는 AI 서버 전용 메모리입니다. 기존 HBM보다 크기는 더 작으면서도 전력 소모는 적어서 '차세대 HBM'이라고 불리며, 앞으로 AI 서버의 핵심 부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텔은 올해 하반기 자사의 차세대 18A(1.8nm급) 공정 기술을 적용해 첫 대량 생산 예정인 CPU인 팬서 레이크(Panther Lake)를 공식 소개했습니다. 이 칩은 인텔의 5세대 NPU를 탑재해 기존 루나 레이크보다 AI 처리 성능을 약 6배 이상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또한 내장 GPU도 최대 12 코어로 이전 대비 약 50% 이상 향상된 점도 눈에 띕니다.
AI 연산을 위한 칩 경쟁은 CPU, GPU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확장되고 있는데요. AMD는 이번 컴퓨텍스에서 전문가용 워크스테이션과 고성능 GPU를 중심으로 게이밍 시장에 대응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우선 Ryzen Threadripper PRO 9000 시리즈를 공개했는데, 최상위 모델인 9995WX는 최대 96코어, 192스레드를 지원하는 하이엔드 CPU로, 복잡한 3D 렌더링이나 대규모 데이터 분석 등 전문가용 워크스테이션 환경에서 강력한 성능을 발휘합니다. 그래픽 카드 부문에서는 올해 6월에 출시된 Radeon RX 9060 XT를 선보였습니다. 16GB 메모리, 2048개의 스트림 프로세서, 32개의 레이 트레이싱 가속 코어를 갖춰 AI 그래픽 연산은 물론 고성능 게임에도 활용 가능한 스펙을 제공합니다.
세 번째, AI DC Infra
AI 서버의 성능이 높아질수록 발열 관리는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델타 일렉트로닉스(Delta Electronics)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CDU(Coolant Distribution Unit) 냉각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CDU는 건물의 중앙 냉방처럼 작동해, 차가운 냉각수를 서버 전반에 고르게 분배하는 장치입니다. 부스내 전시된 랙 장착형 CDU 제품은 200kW급의 냉각 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가정용 에어컨 약 50대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액체와 공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냉각 방식을 채택해 효율을 높였고, GPU·CPU에 냉각판을 직접 부착해 빠르고 안정적인 열 제거가 가능합니다.
델타 일렉트로닉스의 CDU(Coolant Distribution Unit) 냉각수 분배 장치 (출처)
AI 서버는 엄청난 전력을 소비하면서 동시에 많은 열을 발생시키는데,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이 두 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접근법을 제시했습니다. 핵심은 최대 99% 효율의 고성능 UPS(무정전 전원 공급장치)입니다. 정전이 발생해도 AI 서버가 중단 없이 작동하도록 보장하는 장치로, 마치 예비 배터리 같은 역할을 합니다. 또한 D2C(Direct-to-Chip) 액체 냉각 기술을 도입했는데, 이는 냉각수를 CPU나 GPU 칩에 직접 닿아 열을 빠르게 빼내는 방식으로, 기존 공랭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인 열 관리가 가능합니다. 고효율 전력 공급과 정밀 냉각을 동시에 구현한 것이죠.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울트라 GPU 같은 경우, 발열량이 극도로 높은데요. 쿨러 마스터(Cooler Master)는 이같은 고발열 AI 칩을 위한 고밀도 직접 냉각 솔루션(DLC)을 선보이며, AI 서버 냉각의 전문성과 정밀도에 초점을 뒀습니다. 자동차 엔진에서 냉각수가 엔진 블록을 직접 감싸며 열을 식히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요. 냉각판 설계부터 유체 흐름 제어까지 고도로 최적화된 구조를 적용했으며, 모듈형 설계를 통해 다양한 서버 환경에 맞춰 유연한 구성이 가능하죠. 전력 인프라까지 포함하는 슈나이더의 시스템과 달리, 쿨러 마스터는 AI 칩 성능 극대화를 위한 냉각 전문 기술에 집중해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 AI PC
AI 성능은 데이터센터를 넘어 개인용 컴퓨팅 환경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MSI는 이번 컴퓨텍스에서 데스크톱 AI 슈퍼컴퓨터 EdgeXpert MS-C931을 공개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제품은 엔비디아 DGX Spark 플랫폼 기반으로, GB10 그레이스 블랙웰 슈퍼칩을 탑재해 1초에 1,000조 번의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AI 연산 능력을 자랑하는데요. 이는 데이터센터에서나 가능했던 AI 처리 성능을 개인 PC로 확장한 것입니다. 또한, 128GB의 통합 LPDDR5X 메모리로 대규모 AI 모델도 처리할 수 있으며, Connect-X 네트워킹을 통해 2대를 연결하면 최대 4,050억개의 매개변수가 있는 AI모델을 처리가 가능합니다.
엔비디아의 데스크톱형 AI 서버 DGX Spark, DGX Station (출처)
기가바이트(GIGABYTE)는 손바닥 크기의 초소형 AI 슈퍼컴퓨터 'AI TOP ATOM'을 공개하며 AI PC의 공간 혁신을 선보였습니다. 이 제품은 스마트폰 크기의 폼팩터 안에 최대 1,000 TOPS의 AI 연산 성능을 구현해, 말 그대로 초소형 슈퍼컴퓨터라는 개념을 실현했는데요. 128GB 메모리와 엔비디아 DGX Spark 플랫폼을 기반으로 대규모 AI 모델 처리도 가능하며, 일반 가정용 전력으로도 구동할 수 있어 데이터센터가 아닌 일반 사무실이나 가정 등에서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에이수스(ASUS)는 AI 노트북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Copilot+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군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용 Copilot 키를 통해 AI 기능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고, Recall 기능을 활용하면 잃어버린 파일이나 정보를 AI가 대신 찾아주는 등 실사용 편의성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함께 공개된 Zenbook A14는 Snapdragon X Plus 프로세서를 탑재한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Copilot+ PC로, 무게는 980g, 두께는 1.34cm에 불과합니다. 최대 32시간 배터리와 3K OLED 디스플레이까지 갖춰, 휴대성과 성능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AI 기반 울트라 포터블 노트북으로 주목받았습니다.
다섯 번째, AI Robot
AI 로봇은 이제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사람의 부담을 덜어주는 '현장의 동료'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폭스콘(Foxconn)은 이번 컴퓨텍스에서 AI 간호 로봇 누라봇(Nurabot)을 처음 공개하며 의료 현장의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가와사키중공업과 공동 개발한 이 로봇은 의료진의 반복 업무를 분담하고, 병원 공간을 스스로 인식해 안전하게 이동하는 지능형 협업 로봇인데요.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과 센서 기술이 탑재돼 병원 환경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폭스콘의 AI 팩토리에서 학습된 모델은 실제 배치 전,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충분히 검증을 거칩니다. 이미 대만의 주요 병원들이 누라봇을 도입해 활용 중이며, 간호사의 번아웃을 줄이고 의료 환경의 효율을 높이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폭스콘이 선보인 뉴라봇의 필드 테스트 장면 (출처)
삼성전자가 인수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디스플레이 부스에서 휴머노이드 형태의 이동형 양팔로봇 'RB-Y1'를 소개했습니다. RB-Y1은 사람과 유사한 상반신 관절 구조를 갖춘 양팔 로봇으로, 바퀴 달린 모바일 베이스 위에 탑재된 형태입니다. 양팔은 각각 7개의 관절(7자유도)을 갖춰 사람처럼 자연스럽고 정교한 동작이 가능하며, 물건도 최대 3kg까지 들어 올릴 수 있습니다. 현재 MIT, UC 버클리, 조지아 공대 등 주요 대학에서 연구용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전 세계 80여 대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드밴텍(Advantech)은 엔비디아 Jetson AGX Thor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자율 이동 로봇(AMR) 솔루션을 선보였습니다. 이 플랫폼의 핵심은 로봇이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장애물을 피하며, 경로를 스스로 판단해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인데요. Jetson AGX Thor는 기존 Jetson AGX Orin보다 훨씬 강력한 AI 연산 능력을 갖춰, 로봇이 마치 사람처럼 순간순간 상황을 분석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합니다. 이제 로봇은 카메라로 본 장면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행동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AI Next, 경쟁과 연합 사이 주도권은 어디로?
이번 컴퓨텍스 2025에서는 AI 생태계를 이루는 다섯 가지 핵심 분야인 서버, 칩, 데이터센터 인프라, PC, 로보틱스 분야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치열한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펼쳐진 무대였습니다.
엔비디아는 NVLink Fusion으로 서버 아키텍처 우위를, 퀄컴·미디어텍은 칩 확장성을, SK하이닉스와 인텔·AMD는 메모리와 CPU 혁신을, PC 제조사들은 AI 대중화를, 로봇 기업들은 실전 적용 가능성을 보여주며 AI 인프라의 다음 스텝을 제시했습니다.
컴퓨텍스에서 예고한 ‘AI Next’의 미래, AI 시대의 주도권은 누가 가져가게 될까요?
본 콘텐츠는 최신 기술 트렌드를 분석하고 SK텔레콤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Tech Combinator팀의 자문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