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외식 일상을 바꾼 게임 체인저,
모바일 네이티브

2025.07.22

김유경 푸드 디렉터 프로필, 방송, 행사, 강의,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방법으로 F&B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 직접 발로 뛰어 찾아가고, 직접 맛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

신문 기자로 시작해 올해로 F&B 업계에서 활동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새로운 맛집을 가장 빠르게 발굴할 수 있는 방법은 신문 기사나 페이스북이었고, 셰프님들의 프로필을 찾아 친구 추가를 하는 것이 저의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방법이었죠.

겨우 친구 5,000명을 다 채우고 1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얻었는데 어느 순간 스포트라이트는 인스타그램으로 옮겨갔습니다. 요즘은 사석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명함보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서로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이 되었습니다. 나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인스타그램 첫 페이지를 보여주는 게 오히려 매력적이기도 하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과 소통하고 있는지 등 모바일 속 나의 포지션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나만의 페르소나를 모바일에 담다

브랜드만 포지셔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도 자신의 페르소나를 모바일에 포지셔닝 하는 시대인데요. 한마디로 소셜 포지셔닝(Social Positioning)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 그리고 '어떻게 즐기는지'는 소셜 포지셔닝을 가장 쉽게 드러내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스마트폰 화면에 담긴 샤케라토와 셰이커를 흔드는 배경

에스프레소 바에서 샤케라토를 즐기는 내 모습. 스타벅스 굿즈를 수집하는 취미. 나만의 지비츠로 커스터마이징한 텀블러.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선택한 샴페인. 사소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그런 일상이 쌓여 모바일에서의 내가 누구인지 보여지는 요즘입니다. 내가 먹는 것이 나의 정체성의 일부분이라는 뜻입니다.

‘오, 중국 바이주도 좋아하세요?, ‘주말엔 캠핑도 가시는구나.’ 등 꽤나 오랜 대화를 해야 나올 수 있는 이야기들이 내 SNS 채널의 피드 덕분에 상대방과 가까워지는 시간이 단축되기도 합니다. 그중 음식은 그 사람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쉽게 드러내는 콘텐츠이기에, 모바일 속 소셜 포지셔닝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가 되었죠.

흥미로운 부분은 요즘은 누구나 크리에이터를 꿈꾸며, 직장인들도 퇴근 후 제2의 페르소나를 키우기도 합니다.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거나 꾸준히 매력적인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하면 내 계정에 어울리는 브랜드 협찬이나 광고 제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보편적으로 맛집에서 제안이 가장 먼저 오기 때문에 평소 먹고, 마시는 것을 꾸준히 올리다 보면 예상치 않은 즐거운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 일상에 적용되는 사회적 증거 효과

우리들의 외식 일상 역시 모바일 서비스가 많이 바꿔 놓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새벽 배송으로 도착한 신선 식품을 냉장고에 정리하고, 어젯밤 강민경 유튜브에서 본 양배추, 달걀, 곤약밥으로 아침 식사를 시작합니다. 점심은 내가 팔로우하고 있는 인플루언서가 다녀온 곳으로 결정. 나 빼고 다 다녀온 핫플 같아서 빨리 가야 할 것 같은 조급한 마음이 듭니다. 맛집이라 웨이팅하기 싫어서 테이블링 앱으로 미리 줄 서기를 해두고 나갈 준비를 합니다. 맛집에 도착하면 인스타그램 스토리 한 장을 올려두고, 채광이 좋은 자리에 앉아 인증샷을 남긴 뒤 친구와 이야기를 시작하는 일상.

(좌측)CU와 피스마이너스원의 협업으로 출시된 피스마이너스원 하이볼

(좌측) CU와 피스마이너스원의 협업으로 출시된 ‘피스마이너스원 하이볼’ (출처)

이 일상 속에는 사회적 증거 효과(Social Proof)라는 심리학 용어가 적용되는데요. 쉽게 말하면 우리는 집단 심리가 있어서 늘 다른 사람의 선택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겁니다. 더 쉽게 말하면 남들이 다 하면 나도 하게 된다는 것인데요. 저속 노화 양배추 레시피, 흑백요리사 맛집 뽀개기, 지드래곤 하이볼로 유명한 ‘피스마이너스원 하이볼’ 후기 남기기 등을 사례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만 유행에 뒤처지는 것 같고, 세상에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을 FOMO(Fear of Missing Out)이라고 하는데, 모바일과 SNS 확산으로 더 강해진 것이죠.

사회적 증거 효과는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에 의해 대중화되었는데 모바일이 일상에 더 스며들면서 F&B나 패션, 코스메틱과 같은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더 강하게 적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켓컬리에서 가장 많이 팔린 간편식 1위, 네이버 리뷰 999+가 넘어가는 강남역 맛집, 캐치테이블 예약 마감 직전의 단 한자리 같은 한 문장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법칙 때문입니다. 물론 그중에는 광고나 과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사회적 증거가 소비자들의 선택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 성공을 부르는 소프트 오프닝 전략

소프트 오프닝 안내 입간판과 인스타그램에 공유된 베이커리 콘텐츠

반대로 공급자 입장에서도 생각해 볼까요? 요즘은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기 전에 ‘소프트 오픈’이라는 단계를 거칩니다. 먼저 인스타그램에 계정을 만들어 레스토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공유하며 관심을 끌어들이죠. 매장 정식 오픈 2~3일 전을 ‘소프트 오프닝’ 기간으로 정하고, 팔로워 대상 이벤트를 통해 사전 테이스팅 인원을 모집하거나, 인플루언서와 업계 오피니언 리더들을 초대해 바이럴 효과를 노립니다. 물론 이 기간은 운영 동선이나 서비스 품질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트라이얼 세션(Trial Session)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정식 오픈일이 되면 놀랍게도 다들 어떻게 알고 왔는지 궁금할 정도로 고객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콘텐츠 쇼퍼인 크리에이터들은 신상이나 새로 오픈한 맛집, 팝업 등에 더 발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현장감 있는 릴스, 쇼츠, 클립 영상을 올리고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찾아갑니다. 소위 말해 ‘오픈빨’이 먹히는 거죠. 그리고 SNS 계정을 통해 꾸준히 새로운 소식을 전하고, 팔로워들과 소통하는 식당은 콘텐츠가 계속 쌓이기 때문에 맛집으로 자리 잡을 확률이 더욱 커집니다.

모바일은 미식가들에게 단순한 정보 탐색 도구를 넘어 소셜 포지셔닝의 무기가 되었기 때문에, 인증샷이 잘 나오는 조명, 인테리어는 물론 포토존까지 마련해 두면 일거양득입니다.

🔗 2025년 맛집 찾기의 새로운 공식

세 명이 각기 다른 스마트폰으로 라이브 방송, 디저트 사진, 요리 영상 콘텐츠를 보는 모습

2025년의 맛집 찾기는 알고리즘과 소셜의 융합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개인의 취향, 위치, 이전 방문 이력 등을 분석해 맞춤형 맛집을 추천하는 AI 서비스가 많아지고 있고,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 틱톡 등에서 화제가 된 핫플레이스는 곧바로 예약 대란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맛집 사장님들도 이제는 스스로 크리에이터가 되어 매장 소개, 요리 과정, 신메뉴 출시 소식 등을 꾸준히 공유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소비자와 공급자 간 교류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모바일은 미식의 지도를 완전히 새롭게 그리고 있고, 소셜 포지셔닝, 콘텐츠 쇼퍼, 알고리즘과 같은 다양한 키워드를 통해 더 풍요롭고 개성 있는 외식 경험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물론 맛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와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미식 경험은 손끝에서 시작해 소셜에서 완성되며 알고리즘과 함께 진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다이내믹하게 변화할 외식 시장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