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영역
INSIGHT
알파 다음은 베타
이미 시작된 미래
2025.07.09
트렌드의 중심, 밈 생성의 진원지이자 ‘요즘 애들’의 대표주자 MZ세대. 그중 일부는 벌써 30~40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한때 청담동을 누비며 소비 문화를 이끌던 오렌지족이 안정과 균형을 추구하는 중년이 된 것처럼 말이죠. Z세대는 사회 초년생으로 활약 중이고, 알파세대는 어느새 중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5년, 우리는 또 다른 세대를 마주합니다.
🌈 베타세대가 온다
세대는 보통 15년 단위로 나뉩니다. X세대, Y세대, Z세대, 알파세대... 2025년에는 ‘베타세대’라는 새로운 이름이 등장합니다. 이 명칭은 호주 인구학자 겸 미래학자인 마크 맥크린들(Mark McCrindle)이 제안했는데요. 그는 “이들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첫 세대”라는 점을 강조하며, 단순히 알파벳 순서대로 A로 돌아가지 않고 그리스 문자 ‘베타’를 붙입니다.
베타세대는 20세기 이후 등장한 8번째 세대로 2025~2039년 사이에 태어날 아이들입니다. 팬데믹 이후 세상에서 성장하고,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22세기까지 살아갈 가능성이 높은 세대이죠.
유엔의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35년 세계 인구는 약 88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약 16%를 차지할 베타세대는 더 크고 다채로운 미래에서 꿈을 펼쳐갈 것입니다. 그렇다면 베타세대는 어떤 라이프를 살아갈까요? 그들의 세상을 조금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 뼛속까지 AI 네이티브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동시에 경험한 X세대와 Y세대, 그리고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Z세대와 알파세대. 특히 알파세대는 스마트폰과 SNS가 일상인 디지털 원주민이나 다름없는데요.
하지만 베타세대는 디지털을 넘어 ‘AI 네이티브’라는 타이틀을 갖게 됩니다. 네이티브란 타고나길 어떤 환경이 자연스러운 사람을 뜻합니다. 베타세대에게는 인공지능이 그런 존재입니다. AI가 곳곳에 숨 쉬는 환경에서 자라 로봇청소기, AI 스피커는 물론 챗봇과 대화를 나누는 게 당연한 삶이죠.
알파세대가 디지털 기기를 쥔 채 자라났다면, 베타세대는 AI와 생각하고 배우며 결정하는 삶을 살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로 등교하고, 방과 후에는 VR 글라스를 쓰고 가상 세계에서 시간을 보내는 식입니다.
정보를 찾는 방식도,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도 다를 겁니다. 무언가 외우기보다 AI와 탐색하고 정제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테니까요. 이들에게 인공지능은 도구라기보다 공존하는 존재로 인식될지도 모릅니다.
📱 현실과 가상 사이, 하이브리드 환경
베타세대는 물리적인 공간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날 때부터 디지털과 현실이 유기적으로 섞인 환경에서 자라 두 세계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울 것입니다. 수업도 VR로 들을 확률이 높은데요. 메타버스에서 친구들을 만나 디지털 아바타로 발표를 진행하고, 집에서 AR로 과학 실험을 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이렇게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진 환경을 ‘하이브리드 환경’이라 부릅니다. 현실의 나와 디지털 공간 속 나를 구분하지 않고, 두 세계에서 존재감을 형성하는 방식인데요. Z세대가 인스타그램 피드 속 이미지로 나를 표현했다면, 베타세대는 디지털과 현실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자기표현을 즐길 겁니다.
디지털 아바타는 또 다른 얼굴이 되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정체성을 만들어갑니다. 베타세대에겐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구분되지 않는 ‘하이브리드 환경’이 일상이자 새 라이프스타일입니다.
💘 진짜보다 의미 있는, 관계의 재정의
베타세대는 관계를 맺는 방식도 진화할 것입니다. 이전 세대가 오프라인 중심의 물리적 교류를 중시했다면, 베타세대는 어디에 있느냐보다 ‘무엇을 공유하느냐’에 초점을 맞춥니다. 같은 공간이 아니더라도 관심사나 세계관이 비슷하면 쉽게 관계를 형성합니다. 메타버스 팬 커뮤니티에서 얼굴을 모르는 덕질 메이트와 정보를 주고받는 등 가치 기반 연결을 지향할 겁니다.
친구는 꼭 사람이란 고정관념도 깨집니다. AI 챗봇과 대화하고 게임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하며 공감 능력을 쌓는 것인데요. AI 멘토와 진로를 상담하거나 가상 가족과 하루를 공유하는 행위도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관계의 형태가 다채롭고 유연하게 확장되죠.
또 이때쯤 국경이나 언어는 더 이상 장벽이 되지 않아 디지털 기술을 업고 전 세계로 활동 영역을 넓히리라 봅니다. 동시에 끊임없이 연결된 환경 속에서 ‘나만의 경계’를 지키는 법도 배울 텐데요. AI 아바타가 나를 전부 보여주는 존재처럼 되지 않도록 경계하거나 확장된 관계 안에서 방향과 깊이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해질 겁니다. 그저 관계를 맺는 걸 넘어, 어떻게 연결되고 무엇을 나눌지 능동적으로 설계하는 게 앞으로 베타세대가 그릴 관계의 새로운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