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화면을 넘어 현실로
피지컬AI가 온다
2025.08.26
지난 5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COMPUTEX 2025 무대에서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던진 한마디가 전 세계 기술업계를 술렁이게 했습니다. “다음 산업 혁명은 피지컬 AI가 이끌 것이다.”
단순한 수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 AI는 지금 흥미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AI가 주로 화면 속에서만 존재했다면, 이제는 실제 ‘몸’을 가지고 우리 곁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이죠. 피지컬AI(Physical AI)라고 불리는 이 새로운 흐름이 왜 이렇게 주목받고 있을까요?
🤖로봇, 산업혁신의 무대에 서다
맥킨지 리포트는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시장 가치가 약 3,700억 달러에 도달 가능하며, 그 중 약 절반이 중국에서 창출 될 것이라 예측했다. (출처)
숫자로 보면 이유가 명확해집니다. 맥킨지는 피지컬AI, 즉 범용 로보틱스 시장이 2040년에 약 3,7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AI로보틱스가 산업·서비스용으로 시작한 걸 고려하면, 스마트폰에는 못 미치지만 비슷한 궤적을 따라 빠르게 성장 중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거대한 파이를 놓고 각국이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현재 피지컬 AI 분야는 미국과 중국이 양강 구도를 구축하고 있는데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는 실제 생산 라인에 투입했고, 아마존 물류센터에서는 애질리티 로보틱스의 2족 보행 로봇 ‘디짓(Digit)‘이 사람과 함께 작업 중입니다.
테슬라(Tesla)의 범용 로보틱스 ‘옵티머스(Optimus)'(좌)와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가 개발해 아마존 물류센터에 투입된 ‘디짓(Digit)’(우).
중국도 만만치 않습니다. 휴머노이드와 4족 보행 로봇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대기업 중심의 투자를 본격화하며 제조 현장의 로봇 도입을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BYD와 샤오미 같은 대기업들이 피지컬 AI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가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더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공통점은 명확합니다. 피지컬 AI를 ‘로봇 하드웨어+지능형 소프트웨어+대규모 데이터 학습+현장 적용’의 통합 기술로 정의하고, 이를 전 산업 분야에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흥미롭게도 한국만의 독특한 강점이 있습니다.
🧠 눈을 뜨고, 팔을 내밀고, 걷기 시작한 지능
이성호 씨메스(CMES) 대표
K-AI 얼라이언스* 핵심 멤버사이자 3D 비전 기반 AI 로보틱스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갖춘 기업 씨메스(CMES)의 이성호 대표는 피지컬 AI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K-AI 얼라이언스 : SK텔레콤이 AI 생태계 활성화와 글로벌 공동 진출을 목표로 2023년 국내 AI기업들과 결성한 협력체
"기존의 AI는 클라우드 속 무형의 존재였습니다. 사용하려면 컴퓨터나 스마트폰처럼 별도의 디바이스가 필요했지요.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에게 ‘몸’을 만들어 주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I 로보틱스는 ‘뇌’의 역할을 담당하는 AI, ‘눈’의 역할을 담당하는 3D 비전, 팔∙다리의 역할을 담당하는 로봇 기술을 결합한 결과물이죠.”
지금까지의 AI 발전 과정은 인간의 능력을 하나씩 따라잡는 여정이었습니다. 먼저 인식 AI가 데이터를 분류하는 법을 배웠고, 생성형 AI는 창작하는 능력을 얻었죠. 에이전트 AI는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이제 피지컬 AI는 말 그대로 ‘몸’을 얻어서 실제 세상에서 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성호 대표는 기존 공장 자동화와 지능형 로봇 솔루션을 통한 자동화의 차이점을 명확히 짚었습니다. “기존의 자동화는 사람이 입력한 프로그램대로 단순 반복만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AI로보틱스는 상황에 맞춰 스스로 판단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O와 X를 구분하는 것을 넘어, AI가 사람의 판단력을 닮은 유연함을 학습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로봇은 더 복잡하고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씨메스의 피스피킹 솔루션. AI기반 3D비전, 그리퍼, 산업용 로봇,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 PLC콘트롤러 및 바코드 스캐너 등을 셀 단위로 구축했다. 현재 쿠팡 물류센터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씨메스가 쿠팡 물류센터에 구축한 지능형 물류 로봇 솔루션을 보면 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600만 가지나 되는 서로 다른 상품들을 비전 AI가 인식하고 로봇으로 골라내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죠.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씨메스 지능형 물류 로봇 솔루션이 패키징한 쿠팡 송장은 ‘RArm1’이라고 표기가 된다. 이렇듯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피지컬 AI는 이미 우리의 생활 속에서 묵묵히 일을 하고 있다.
📡 피지컬 AI의 필수요소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피지컬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뇌’에 해당하는 AI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이성호 대표는 이를 인간의 신경계에 비유해 설명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학습하고 움직이는지 생각해 보세요. 외부와의 소통을 통해 배우고, 신경을 통해 몸을 움직이잖아요. AI도 마찬가지예요. 통신망이 연결되지 않으면 새로운 걸 배울 수도,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일 수도 없을 겁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한국의 기회가 보입니다. 특히 SK텔레콤이 구축해 온 인프라가 피지컬 AI 시대에 핵심 자산이 되는 것이죠. AI 데이터센터, 1밀리초 이하의 초저지연 5G 네트워크 등이 모두 갖춰진 곳은 전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피지컬 AI의 실현을 위해서는 초저지연·고신뢰성 통신망 구축은 물론, AI 데이터센터 솔루션과 같은 기반 기술도 필수입니다. 보다 빠르고 정확한 AI 학습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죠.”
🦺 연구실을 넘어, 공장의 바닥 위에서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씨메스의 또 다른 프로젝트를 보면 피지컬 AI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겁고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쌀 포대를 로봇이 처리하는 포대 디팔레타이징(Bag Depalletizing) 솔루션인데요. 작업자 7명이 해야 할 일을 로봇 하나가 대신하면서, 작업 효율은 물론 안전성까지 높였습니다.
“입고되는 포대들의 포장이 제각각이고, 무게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처음에는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800여 개의 포장 이미지를 학습시키고, 새로운 상품이 나타나면 즉시 재학습하는 MLOps 기능을 더해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씨메스의 디팔레타이징 솔루션. 가상환경 내에서 현장 이미지를 AI로 생성하고 다시 재학습이 가능한 MLOps 기능 덕에 새로운 상품에도 즉시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실제 현장에서 성과를 내는 솔루션을 위해, 해외에서도 AI 기업, 하드웨어 기업, 통신사가 함께 협업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SK텔레콤 역시 2023년 생태계 구축을 위해 K-AI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며, 글로벌 협력 트렌드에 발맞춘 모델을 제시했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씨메스와의 파트너십입니다. 씨메스는 SK텔레콤과 함께 지능형 로봇 시스템을 공동 개발해, 국내 최대 물류 기업에 글로벌 최고 수준의 AI와 로봇 기술이 적용된 솔루션을 공급한 바 있습니다.
🚒 거실과 병원, 그리고 재난 현장까지
그럼 앞으로는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이성호 대표는 흥미로운 전망을 내놓습니다.
“피지컬 AI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인간을 돕는 기술이 될 거예요. 클라우드 속에 머물던 AI가 이제는 눈, 팔, 다리 역할을 하는 비전과 로봇 기술을 만나며, 훨씬 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된 것이죠. 스마트폰을 떠올려 보세요. 20년 전에는 상상조차 어려웠던 기능들이 이제는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쓰이듯, AI 로봇도 우리의 삶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겁니다.”
이성호 씨메스(CMES) 대표. “인간을 돕는 기술”을 지향하는 그는, 로봇을 넘어 지능형 자동화로 산업의 흐름을 새롭게 정의하며, 더 나은 일과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실제로 이미 변화의 조짐들이 보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돌봄 로봇 보급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요양 패키지 도입 모델’에는 간병인용 외골격 로보틱스와 의료 특화 AI 단말기가 포함되어 있어, 로봇 돌봄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유럽에서는 재난 구조 로봇이 실제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는 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독일은 DRZ(German Rescue Robotics Center)를 중심으로 화재나 홍수 현장에 로봇을 투입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2019년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당시 ‘콜로서스(Colossus)’ 로봇이 투입돼 화재 진압에 기여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런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한국도 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급속한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이 가속화되면서 가정용 서비스 로봇이나 의료 보조 로봇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거든요.
2024년 카이스트 연구진이 개발한 ‘워크온슈트F1(WalkON Suit F1)rsquo;은 중증 하반신 마비 환자가 로봇을 직접 착용하고 걸을 수 있도록 설계된 웨어러블 로봇입니다. 올해 서울시가 경찰 순찰 업무를 지원하는 외골격 로봇을 시범 운영한 것도 공공 안전 분야에서 로봇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힙니다.
🌊 피지컬AI라는 거대한 물결을 타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탄탄한 현장 경험,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인프라, 그리고 반도체 기술력이라는 강력한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여기에 SK텔레콤이 오랜 시간 축적해 온 AI 기술력과,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 구축한 생태계가 더해지며, 피지컬 AI가 만들어낼 변화의 최전선에 서고 있습니다.
피지컬 AI가 열어갈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미래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다가올 거라는 점입니다. 배우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이 ‘몸’을 입고 우리에게 팔을 내뻗으며 두 다리로 걸어오는 미래, AI 로봇이 인간의 충실한 조력자로서 일상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가치를 함께 만드는 미래. SK텔레콤이 만들어 갈 피지컬 AI의 미래에 더 많은 기대를 걸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