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GPU, 대체 뭐길래
다들 난리일까?
2025.09.23
👀 GPU, 뭔지 알고 계시나요?
요즘 IT 뉴스를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GPU입니다. 엔비디아의 주가가 치솟는 것도 GPU 덕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SK텔레콤이 추진하는 ‘해인 클러스터’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소식에서도 어김없이 GPU가 언급되고 있죠.
이처럼 우리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용어이지만, 막상 “GPU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려운 분들도 많습니다. 오늘은 GPU의 개념을 차근차근 살펴보고, 함께 자주 언급되는 CPU, NPU, TPU까지 쉽고 명확하게 풀어보겠습니다.
🧠 CPU vs GPU, 무엇이 다를까?
GPU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CPU(Central Processing Unit)를 알아야 합니다. CPU는 흔히 컴퓨터의 ‘두뇌’로 불리는데요. 사람의 뇌가 생각하고 신체 기관에게 명령을 내리듯, CPU도 연산을 수행하고 컴퓨터 내부의 다양한 구성 요소들을 제어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초기의 CPU는 연산 속도도 느리고 복잡한 문제도 잘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이 크게 발전해, 지금은 복잡하고 다양한 연산을 아주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됐는데요. 다만, CPU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주로 한 번에 하나씩, 순차적으로 문제를 푼다는 점입니다. 마치 박사 한 명이 어려운 수학 문제를 재빠르게 풀 수는 있지만, 동시에 수천 개를 풀지는 못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CPU와 GPU를 1명의 박사와 다수의 학생으로 비교한 이미지 (생성 : GPT-5)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GPU(Graphic Processing Unit)입니다. GPU는 CPU처럼 복잡한 문제를 빠르게 풀지는 못하지만, 수많은 계산을 병렬적으로 처리하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박사처럼 어려운 수학 문제를 빠르게 풀지는 못하는 대신, 수백 수천 명의 학생이 나눠서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모습에 가깝습니다.
🧮 왜 AI 시대에 GPU가 중요한 걸까?
사실 GPU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게임 그래픽을 빠르게 그리기 위해 태어난 칩입니다. 화면에 보이는 그래픽은 수많은 픽셀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픽셀의 색과 위치를 동시에 계산해야 장면이 자연스럽게 표현되는데요. GPU는 이런 반복적이고 대량의 연산을 수백 수천 개의 작은 코어(계산기)로 병렬 처리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복잡한 3D 게임 화면도 끊김 없이 빠르게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이죠.
병렬 계산으로 AI 학습을 가속하는 GPU
그런데 이 병렬 연산 능력이 뜻밖의 무대에서 빛을 발하게 됩니다. 바로 AI입니다. 특히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 모델은 ‘대형 언어 모델(LLM)’이라고 불리며, 거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는데요. 이 과정은 수십억 개의 매개변수를 동시에 계산해야 하므로 빠른 병렬 연산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GPU는 바로 이 요구와 맞아떨어지며, AI 시대의 최적 해법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 GPU 하면 왜 다들 엔비디아를 떠올릴까?
AI 시대에 GPU가 주목받자, 자연스럽게 시장의 시선은 엔비디아로 향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원래 그래픽 카드 분야의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해 왔기 때문입니다. 과거 비트코인 채굴 붐이 일어났을 때도 대규모 연산에 GPU가 필요해 엔비디아 제품이 각광을 받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비슷한 맥락에서 주목을 받은 것이죠.
CUDA 아키텍처 (출처: 엔비디아)
그러나 지금의 위상은 단순히 GPU를 잘 만들어서 얻어진 결과만은 아닙니다. 그 뒤에는 CUDA라는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있었습니다. CUDA는 ‘Compute Unified Device Architecture’의 약자로, 쉽게 말해 GPU를 더 쉽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개발 도구이자 플랫폼입니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은 GPU의 성능을 손쉽게 끌어다 쓸 수 있었고, 엔비디아는 자연스럽게 거대한 개발자 생태계를 형성했습니다.
이는 애플의 생태계 전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애플이 자사 기기 간의 긴밀한 연동을 쉽게 구현해,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모든 제품을 애플 기기로 선택하게 만들고, 다른 생태계로 이탈하기 어렵게 했는데요. 엔비디아 역시 GPU 자체의 성능은 물론, 개발자들이 GPU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CUDA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강력한 ‘락인효과(Lock-in) 효과’를 만들어 냈고, 이는 곧 엔비디아의 독주를 가능하게 한 핵심 요인이 되었습니다.
⚙️ 데이터센터 속 GPU, 그리고 ‘해인’
그렇다면 GPU를 그냥 사서 꽂아 쓰면 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최상위급의 고성능 GPU는 한 장의 가격이 수천만 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고, 그마저도 AI 열풍 속에서 기업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한데요. 이렇게 구하기도 어려운 GPU를 효과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자금만으로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 물리적·기술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식혀 줄 냉각 시스템이 필수적입니다. 또, GPU가 대규모로 모여 있는 만큼 전력 소모도 방대해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는데요. 이런 이유로 GPU는 특별히 설계된 공간, 바로 데이터센터에 모여 운용됩니다. 데이터센터는 말 그대로 AI의 발전소이자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해인 클러스터가 적용된 SKT 가산 AI DC
SK텔레콤의 데이터센터에서 가동 중인 ‘해인(海印, Haein)’ 클러스터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최신 엔비디아 GPU를 기반으로 한 이 클러스터는 막대한 연산을 감당하면서도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해, 초거대 AI를 학습하고 서비스로 구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합니다. 단순한 장비 집합이 아니라, AI 시대를 움직이는 동력원이자 SK텔레콤의 미래 전략을 상징하는 인프라인 셈입니다.
🔑 GPU 말고 대안은 없나?
AI 시대에 GPU가 각광받자, 그 자리를 위협하거나 보완하려는 새로운 연산 장치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NPU(Neural Processing Unit)와 TPU(Tensor Processing Unit)가 있습니다.
먼저 NPU는 말 그대로 ‘신경망 연산 전용 칩’입니다. CPU처럼 범용적이지도 않고, GPU처럼 그래픽 처리에 쓰이지는 않지만, 인공지능이 주로 활용하는 행렬 곱셈이나 벡터 연산과 같은 반복적인 계산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NPU는 얼굴 인식, 실시간 번역, 음성 비서 등 일상 속 AI 기능들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구동시키는 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AI 연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성능은 뛰어나지만 전력과 비용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큰 GPU 대신 보다 효율적인 NPU를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SK스퀘어가 투자해 설립한 사피온과, 사피온과 합병한 리벨리온이 대표적인 NPU 기반 AI 칩 개발 기업으로 꼽힙니다.
반면 TPU는 구글이 자체 서비스와 클라우드 환경을 위해 직접 개발한 칩입니다. 이름 그대로 ‘텐서 연산’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특히 딥러닝 프레임워크 중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텐서플로(TensorFlow)와 함께 사용할 때 높은 효율을 발휘하도록 설계됐습니다. 현재 TPU는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며, 이미지 처리나 추천 알고리즘 등 다양한 AI 서비스의 기반 인프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 GPU, 미래를 결정하는 키워드
최근 한국에서는 이른바 ‘소버린 AI’라는 전략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소버린 AI란, AI 기술을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자주적으로 AI 모델을 개발하고 활용하겠다는 의미인데요. 그만큼 AI 기술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되었고, GPU는 그 기반을 아우른 동력으로서 앞으로도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더 나아가 GPU를 중심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데이터센터와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 그리고 고성능 네트워크까지 모두 미래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GPU는 특정 기업의 장비를 넘어, 국가와 산업을 지탱하는 기반 기술이 된 것이죠.
앞으로 뉴스를 보다가 ‘GPU’라는 단어를 접하신다면, 단순한 기술 용어가 아니라 “아, 이게 바로 미래를 바꾸는 중요한 키워드구나!” 하고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