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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Google I/O와 MS Build 2025
닮은 듯 다른 AI 전략
2025.07.09
‘AI는 이제 앱이 아니라 일상의 동료다.’
5월에 열린 Google I/O 2025와 Microsoft Build 2025. 빅테크들이 외친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우선 두 곳 모두 사용자를 대신해 여러 작업을 돕는 ‘에이전트(Agents)’ 기능을 강조했는데요.
구글은 최신 AI 모델인 제미나이(Gemini) 2.5와 함께 에이전트 모드로 AI가 검색, 예약, 일정 관리를 대신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번 제미나이 2.5는 대화형 AI를 넘어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동영상까지 한 번에 이해하고 수행하는 멀티모달 AI(다중 데이터 처리형 인공지능)로 발전했고, AI가 단계별로 문제를 푸는 과정을 시각화한 딥 싱크(Deep Think) 기능도 선보였습니다.
Google I/O 2025 발표 현장
마이크로소프트도 코파일럿 에이전트(Copilot Agents)를 소개하며 웹사이트, 앱 등에서 사용자 요청을 확인하고 직접 처리하는 AI 기능을 공개했죠. 이메일 정리, 문서 작성, 데이터 분석 같은 반복 업무를 AI가 알아서 해결하는 식입니다. 특히 코파일럿 스튜디오(Copilot Studio)와 에이전트 스토어(Agent Store)로 원하는 에이전트를 만들거나 이미 생성된 다양한 에이전트를 자유롭게 쓰도록 지원했습니다.
Microsoft Build 2025 발표 모습
이렇듯 양사는 AI가 사용자 의도를 파악해 다음 단계를 작업하는 ‘일상의 동료’로 진화 중임을 시사했습니다. 그럼, 이들 발표를 자세히 비교하며 어떤 전략의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Point 1. 사용자 경험의 혁신
검색창이 말을 걸어오다 - AI가 만든 첫인상 경쟁
AI 모드에서 제공되는 심층 리서치 기능 (출처)
구글은 왜 검색창을 AI 모드로 변신시켰을까요? 검색은 인터넷 서비스의 ‘첫 관문’입니다. 사용자가 질문을 던지면 마치 사람처럼 대화를 이어가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인데요. ‘제주 여행 일정 추천해 줘’라고 입력하면 일정표와 지도, 호텔까지 AI가 한눈에 정리해 더 머무르게 만들죠. 특히 ‘딥 서치(Deep Search)’ 기능은 여러 출처에서 방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탐색해 심층 답변을 제공합니다.
실시간 검색을 지원하는 ‘서치 라이브’ (출처)
또 다른 기능인 ‘서치 라이브(Search Live)’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기반으로 AI가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찾습니다. 사용자가 대화 중 구글 앱을 나가도 백그라운드에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죠. 이는 컨퍼런스 후 6월 초 iOS 및 안드로이드 일부 사용자에게 출시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NLWeb 예시 (출처)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 웹사이트 콘텐츠를 AI 챗봇(Chatbot)처럼 자연어 대화 인터페이스로 구현하는 ‘NLWeb’을 소개했는데요. HTML과 유사한 역할을 해 웹사이트나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에이전틱 앱으로 만드는 도구입니다. 운영자는 원하는 AI 모델과 자체 데이터를 연결해 오픈 에이전틱 웹을 구축하고, 자연어로 대화하는 듯한 상호작용 경험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영화감독이 되는 시대 - AI 창작 도구
영화 제작은 그동안 전문 장비와 인력이 필요한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나 구글의 새로운 AI 도구들은 이 벽을 허물고 있습니다. ‘비오3(VEO3)’는 텍스트만으로 영상과 음향을 만들고, ‘플로우(Flow)’를 이용하면 장면별 세부 편집도 됩니다.
텍스트 입력만으로 제작할 수 있는 영상 콘텐츠 (출처)
‘해변에서 친구들과 캠프파이어 하는 영상’이라고 입력하면 AI가 장면과 음악을 한 번에 생성하고 편집합니다. 구글 ‘이마젠4(Imagen4)’는 피부결과 빛까지 섬세히 표현해 광고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데요. 누구나 전문가 수준의 콘텐츠 제작이 가능해 크리에이티브 생태계를 바꿀지도 모릅니다. 대신 윤리적 이슈는 미해결 상태입니다. 저작권, 딥페이크 등 안전성 면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하죠. 제작 가능한 영상 길이가 짧고 연속성, 일관성, 언어 지원 등 보완할 지점도 분명합니다.
Point 2. 개발자의 생산성
코드도 AI가 봐주는 시대 - 개발자의 AI 친구 만들기
개발자들은 코드 작성, 오류 수정, 테스트 같은 반복 작업이 잦습니다. 그래서 구글은 코드 리뷰, 버그 감지, 테스트 코드 제안 등으로 생산성을 높일 ‘줄스(Jules)’를 선보였습니다. 이는 비동기 AI 코딩 에이전트인데요. 비동기는 몇 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AI 코딩 에이전트에게 부탁한 작업 결과를 기다렸다 다시 요청하지 않아도, 백그라운드로 여러 작업을 병렬 처리할 수 있죠.
또 깃허브(GitHub) 등 개발 플랫폼과 연결돼 작업이 끝나면 풀 리퀘스트(PR, Pull Request)를 만듭니다. 풀 리퀘스트는 작성한 코드 수정 사항을 원본 코드에 반영해 달라는 개발자의 요청 사항을 말합니다. 줄스는 이걸 자동 생성해 코드 품질과 협업 흐름을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발표 초기라 실사용 사례가 적고, 일일 작업 횟수 및 깃허브 연동이 제한적인 점은 다소 아쉽지만요.
한편, 마이크로소프트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은 실시간 코드 자동 완성 도구입니다. 개발자가 코드 작성을 고민할 때 옆에서 추천 코드를 안내하죠.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VS Code)나 젯브레인(JetBrains) 코드 편집기에 설치해 사용하면 됩니다. 줄스와 달리 개발자가 풀 리퀘스트를 직접 작성·제출해 아이디어와 설계에 집중하면서 작업 주도권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깃허브 코파일럿’ 활용 사례 (출처)
줄스와 깃허브 코파일럿의 큰 차이는 비동기와 실시간입니다. 정리하면 줄스는 프로젝트 매니저 같은 AI 동료, 깃허브 코파일럿은 코드 작성 도우미가 아닐까 하는데요. 작은 코드 조각을 빠르게 완성하고 싶다면 깃허브 코파일럿으로, 프로젝트 단위로 AI에 작업을 맡기고 싶다면 줄스가 적합합니다. 중요한 건 생태계 잠금 효과입니다. 개발자들이 특정 도구에 익숙해지면 그 클라우드를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죠. AI를 앞세운 생산성 툴 경쟁이 곧 클라우드 경쟁으로 이어질 듯합니다.
Point 3. AI 운영 환경
클라우드냐, 내 노트북이냐 - AI 연산의 새 무대
초거대 AI 모델의 학습량은 일반 노트북이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구글은 여전히 버텍스 AI(Vertex AI), 제미나이 API(Gemini API) 등 거대 클라우드 인프라를 전면에 내세우며 ‘빠르고 저렴하게 AI를 쓰세요’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무거운 연산은 데이터센터에서 돌리고, 사용자는 브라우저나 스마트폰으로 결과만 받아보는 구조이죠.
구글 클라우드의 AI 플랫폼인 ‘버텍스 AI’ (출처)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발자들에게 윈도우 AI 파운드리(Windows AI Foundry)와 윈도우 AI 파운드리 로컬(Windows AI Foundry Local)을 선보였습니다. 전자는 앱 개발자와 사용자가 윈도우 환경에서 AI 기능을 쉽게 추가하도록 돕는 로컬·하이브리드 AI 플랫폼인데요. 자사 환경과 고객의 업무가 AI로 이어지고 통합되는 데 방점을 둔 겁니다.
학습부터 추론까지 AI 개발자 라이프 사이클을 지원하는 ‘윈도우 AI 파운드리’ (출처)
예를 들어 OCR, 객체 인식, 번역 같은 AI 기능을 버튼 몇 번으로 앱에 붙이고 AI 에이전트가 윈도우 시스템까지 제어하는 데 집중합니다. 기업 고객으로선 데이터 유출 걱정이 줄고 규제 대응은 한층 수월해지죠. 향후 데이터 주권 이슈에 대응할 포석으로 보입니다.
Point 4. B2C vs B2B
일반 소비자와 기업 고객 사이 - AI 데이터 및 수익 방안
누가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는 AI 데이터. 이를 바라보는 양사의 시각은 조금 다릅니다. 구글은 사용자 편의를 우선하면서도 개인 정보 문제는 ‘자동 삭제’나 ‘익명 처리’로 간략히 언급했습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 고객을 중심으로 데이터 보안을 강조했죠. 기업이 법과 규제를 준수하도록 데이터 보호 도구(MIP), 정보 관리 서비스(Purview)를 비롯해 AI 사용 시 데이터 흐름을 지켜주는 장치(Copilot Trust Layer)를 마련했습니다.
AI를 구독형 모델로 바꿔 지속적인 수익을 내려는 전략에서도 타깃 차이를 보입니다. 구글은 월 250달러에 가까운 AI 울트라 요금제를 내놨는데요. 크리에이터와 개인 개발자에게 AI 실험실을 열어주려는 의도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 고객을 겨냥해 팀 단위 배포가 가능하게 했습니다. 개인을 쫓는 구글과 기업을 공략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선이 엇갈리는 대목입니다.
본 콘텐츠는 최신 기술 트렌드를 분석하고 SK텔레콤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Tech Combinator팀의 자문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