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AI가 시간을 배우다
타임트리가 여는 ‘확정된 미래’
2025.11.20
“회의 시간 잡느라 하루가 다 간다”는 생각, 누구나 한 번쯤은 했을 겁니다. 전 세계 7천만 명이 사용하는 일정 공유 앱 타임트리(TimeTree). 타임트리는 이 ‘서로 시간 맞추느라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최근 SK텔레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계기로 ‘일정을 알아서 돌려주는’ 어시스턴트로 진화 중이라는데요. 타임트리 박차진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AI가 시간을 배우면, 우리의 하루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 부부싸움에서 시작된 타임트리
🎤 타임트리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실제 계기인데...부부싸움 때문입니다. 어느 날 와이프랑 말다툼을 했죠. 이유는 시시콜콜한 겁니다. 저녁 약속을 했니, 안 했니, 6시로 했니, 7시로 했니…이런 부부싸움을 몇 번 반복하고 보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박 대표는 해결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쓸만한 서비스가 없었죠. 주변에는 시계도 많고 캘린더도 많았지만, 가족끼리, 연인끼리 쓸 수 있는 괜찮은 일정 공유 서비스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만들기로 했죠. 세상에서 가장 쉽고, 간단하게 일정을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자. 그래서 만든 것이 타임트리입니다.”
🎤 그러니까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툴이군요?
“네, 그룹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을 분석하면, 3가지가 핵심입니다. 첫 번째는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기억을 공유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시간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고, 그룹을 지어서 살아가니까, 엄청나게 다양한 서비스나 제품이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시간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그룹 커뮤니케이션 툴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실제로 일정 조율 자동화 플랫폼 ‘캘린들리(Calendly)’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응답자의 43%가 주당 3시간 이상을 회의 일정 조율에만 소비한다고 합니다. 그룹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데, 관련된 서비스도 플레이어도 막상 찾아보니 별로 없었던 겁니다. 왜였을까요?

캘린들리의 2024년 조사 결과. 2023년과 비교했을 때, 2024년에는 매주 최소 3시간 이상을 회의 일정 조율에 사용한다고 답한 근로자가 36% 더 늘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쉽지 않다는 의미인 거죠. 그래서 해 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생각보다 어려웠고, 힘들었습니다. 타임트리의 경우, 최초 5년간은 매출이 0이기도 했고, 10년간 적자를 했습니다. 유사한 서비스가 몇 개 있었지만, 지금은 다 사라지고 없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테마입니다.”
💡 차별성은 ‘공유’와 ‘심플함’
🎤 타임트리만의 차별성은 무엇인가요?
“차별성의 핵심은 2가지입니다. 하나는 공유와 커뮤니케이션을 전제로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프라이빗한 그룹의 일정 공유라는 심플함을 유지했다는 점입니다.”
얼핏 들으면 이게 그렇게 특별한 차별점인가? 싶을 정도로 일반적인 설명이죠. 하지만 이 두 가지에 서비스 성장의 핵심이 모두 담겨 있다는데요.
“누군가와 공유하기 위해 사용하는 서비스는 공유 상대를 반드시 초대해야 합니다. 이것이 지속적인 오가닉 성장을 만들어낸 이유이기도 합니다.”
🎤 현재 글로벌 진출 현황은 어떤가요?
“타임트리는 한 달에 80만~100만 명 정도의 신규 유저가 유입됩니다. 아마 이번 달 말에 7,000만 유저를 돌파할 것 같습니다. 일본이 3,000만, 일본 이외의 국가가 4,000만 명 정도 됩니다. 일본 이외의 국가는 미국, 독일, 대만, 영국, 한국 순으로 유저가 많습니다.”

놀라운 점은 7천 만에 이르는 글로벌 유저가 오가닉으로만 유입된 유저라는 것입니다.
“대부분 입소문이거나 친구 추천 또는 검색에 의한 것입니다.”
🎤 유저들은 타임트리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그룹이 사용하면서 캘린더를 공유한다는 컨셉이라서 가족 사용자와 커플 사용자가 제일 많습니다. 전체 한 60% 되거든요. 육아 분담, 가사 분담, 출장 회식 야근한다, 우리 주말에 뭐 할까 이런 식의 가족의 일정들이 많고요. 그 다음에 커플도 마찬가지로 데이트 일정, 가고 싶은 곳 리스트, 개인 일정 공유하는 것으로 활용을 합니다.”
가족, 연인간 일정 공유 앱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이제는 보호자와 아이의 스포츠 코치간 일정을 조율하거나, 미술학원이나 피아노 학원의 일정을 잡는 데도 쓰이고 있습니다. 대학교 서클, 취미 생활 모임 등은 물론이고요.
“최근에는 공개 캘린더를 활용하여 아이돌과 팬을 연결하는 용도로도 많이 사용됩니다. 라이브 일정이나, MD 발매 예정, 팬미팅 정보 등을 공유합니다. 일본 유저들이 만든 K-POP 아이돌 캘린더가 상당히 많습니다.”
📊 “날짜를 팝니다, 일정을 팝니다”
🎤 타임트리는 이제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데요.
“일상의 일정을 담아내는 캘린더라서 굉장히 다양한 일정이 등록됩니다. 이것들을 잘 보면, 결혼을 한 가족 캘린더인지? 아이가 있는지? 아들인지 딸인지? 몇 살인지? 학교에 가는지? 몇 학년인지? 생일은 언제인지? 작년 생일에는 뭘 했는지가 전부 등록되어 있습니다. 이런 유저들의 데이터가 140억 건 쌓여 있는데 이 양이 가속적으로 늘어가고 있습니다.”
캘린더 데이터는 단순한 일정 정보가 아닙니다. 인간 행동의 시계열 패턴, 의사결정 선호도, 사회적 네트워크, 생산성 리듬을 담은 ‘행동 예측의 원료’죠. 연구에 따르면 자사가 직접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은 경쟁사 대비 1.5배 높은 성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과 구글의 연구 결과
박 대표는 이것들을 잘 분류하고 최적화하면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일정 데이터를 액션 데이터로 전환한다’고 표현합니다. 그러면 과거의 일정은 미래를 예측하는 데 활용할 수 있고, 미래의 일정은 그 일정을 보다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확정된 미래’라는 개념이 흥미롭습니다.
“타임트리에 등록되는 정보는 85%가 2개월 이내의 미래 일정입니다. 그래서 이 가족의 다음 주 일정은 무엇이고, 다음 달에는 뭘 할지가 등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확정된 미래’라고 합니다.”
“타임트리는 유저의 확정된 미래가 대량으로 쌓여있는 서비스입니다. 우리는 그 일정에 맞추어 어떤 연결을 만들어, 최고의 유저 경험을 만들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정은 광고와도 연결되고, 커머스와도 연결되며, 금융이나 헬스케어와도 연결됩니다.”
🎤 광고 모델도 독특하다고 들었습니다.
“타임트리는 2가지의 광고를 팝니다. 누군가는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도 실행하지 못한 2가지를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판매하는데요. 하나는 날짜를 파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일정을 팝니다.”
“날짜를 판다고 하면, 무슨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김선달 같은 소리냐고 말씀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타임트리는 진짜로 날짜를 팝니다.”

타임트리의 광고모델. ‘출산’ 일정을 등록하면, 출산 일정 전후 유저의 니즈를 고려해 산후조리원, 육아보험, 이유식 서비스를 차례로 소개한다
🤝 AI를 만난 시간, 시간을 만난 AI
지난 9월, SK텔레콤은 타임트리에 22억 엔을 투자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SKT의 AI 에이전트 기술이 해외 서비스에 적용된 첫 사례입니다.

🎤 SK텔레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어떤 계기였나요?
“SK텔레콤은 그동안 개발해 온 에이닷의 에이전트 기술을 담아낼 글로벌한 서비스가 필요했고, 타임트리는 등록되어 있는 방대한 유저의 일정 정보를 활용한 유저 가치 증대가 필요했습니다.”
박 대표는 앞으로 LLM 기술은 평준화될 것이고, 학습 데이터는 한계가 올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의 ‘공개 데이터’에는 한계가 있고, ‘공개 데이터’를 모두 학습한 AI는 결국 ‘학습의 끝’에 도달하겠죠.
“그렇게 되면, 유저의 컨텍스트를 잘 알 수 있는 고품질의 실시간 정보가 핵심이 되는데, 타임트리는 이것을 가진 글로벌하게 몇 개 되지 않는 대용량 서비스입니다. 특히 타임트리는 미래 정보가 일정이라는 형식으로 등록되어 있다는 의미에서 굉장히 유니크한 서비스입니다.”
서드파티 쿠키가 사라지고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되는 시대에, 사용자가 직접 입력한 일정 데이터는 정확성과 신뢰도가 높으며 법적 규제를 준수하는 자체 제공 데이터입니다. 이것이 타임트리의 가장 큰 자산이죠.
🤖 세 가지 어시스턴트로 진화하는 타임트리
🎤 두 회사가 앞으로 어떤 시너지를 낼 계획인가요?
“타임트리 유저의 앱 내 활동성을 분석하면, 3가지로 요약됩니다. 하나는 일정 작성이고, 두 번째는 일정 확인이고, 세 번째는 일정 계획입니다. 이것들이 AI를 만나면 일정 어시스턴트(Schedule Assistant), 행동 어시스턴트(Action Assistant), 플랜 어시스턴트(Plan Assistant)로 진화하게 됩니다.”
📝 일정 어시스턴트 (Schedule Assistant)
“자연어로 일정을 등록하거나, 변경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을 의미합니다.”
🎯 행동 어시스턴트 (Action Assistant)
“일정 준비를 돕고, 잘 수행되게 돕는 어시스턴트입니다. 준비물을 알려주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안내해 주며, 알아두면 좋은 것과 연결해 줍니다. 대표적인 것이 브리핑 기능 같은 것입니다.”
🗺️ 플랜 어시스턴트 (Plan Assistant)
“계획을 세우는 어시스턴트입니다. 캘린더에 등록된 일정을 참조하여, 유저에게 특화된 일정을 만들어 줍니다. 예를 들면, 작년에 갔던 머드축제 일정표를 참조해, 여행 계획도 잡아주고, 체험존 예매도 해주는 기능이 추가될 것입니다.”
AI 일정 관리 도구들의 실제 효과는 이미 입증되고 있습니다. 일정관리 앱 ‘리클레임(Reclaim.ai)’ 사용자는 주당 평균 7.6시간의 집중 시간을 확보하고, 업무관리 자동화 플랫폼 ‘모션(Motion)’ 사용자는 주당 10시간 이상을 프로젝트 관리에서 절약한다고 보고합니다. 더 극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맥킨지(McKinsey) 사례연구에서 미국의 한 전력회사는 6주 만에 AI 일정 최적화를 도입해 현장 근로자 생산성을 20-30% 증가시키고, 긴급 일정 중단을 75% 감소시켰습니다.
양사는 SKT의 ‘에이전틱 워크플로우(Agentic Workflow)’ 기술을 적용해 타임트리를 수동적 일정 관리 툴에서, 고객의 일정 및 사용 패턴, 선호도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활동을 추천하는 능동적 AI 서비스로 진화시킬 계획입니다.
🎤 AI 기능이 적용되면 사용자 경험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타임트리는 B2C형 서비스입니다. 최적의 사용자 경험은 최적의 UI/UX로 증명됩니다. 그래서 타임트리에 AI 기능이 적용되면 타임트리가 더 간단해지고, 더 심플해지고, 더 똑똑해질 것입니다. 그 결과 유저는 더 간편해지고, 더 믿을 만한 서비스라는 인식이 생겨, 더 많은 일정을 등록하게 될 것입니다.”
🌏 유저의 ‘맥락’을 아는 서비스
🎤 일정·협업 서비스 분야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까요?
“그 누구도 가지지 못한 타임트리만의 특징은 미래 일정이 포함된 유저 컨텍스트입니다. 유저의 컨텍스트와 유저의 의도를 가장 잘 아는 서비스가 되는 것과, 이것들을 잘 유통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임트리 앱 PC버전과 모바일 화면 (출처)
박 대표는 구체적인 예를 듭니다.
“예를 들어, 11번가에서 가방을 클릭하는 유저가 있다면,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면 최적의 추천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ChatGPT랑 대화 중에 오사카에 대해 자꾸 묻는 사람이 있다면,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알아야 최적의 답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유저의 의도를 파악하고, 이를 외부 서비스와 연결하는 협업이 굉장히 중요해집니다.”
의료 분야에서는 이미 AI 예측 모델이 예약 취소율을 70% 감소시켰고, 글로벌 엔지니어링 회사 ‘플루어(Fluor Corporation)’는 AI 인력 관리로 전 세계 사이트의 엔지니어 배치를 최적화해 생산성 KPI를 12% 개선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아니라 리소스 배분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 1억, 5억, 그리고 글로벌 제패
🎤 이번 협력을 통해 기대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1억 명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타임트리의 단기적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좀 전에 말씀드렸던 유저의 에이전트 체험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성공 사례를 SK텔레콤이 만들어온 텔코 얼라이언스를 통해 글로벌 5억 유저의 길을 여는 것이 중간 목표입니다.”
🎤 장기적으로는 어떤 미래 비전을 그리고 있나요?
“타임트리는 유저의 컨텍스트와 의도를 가장 잘 아는 서비스가 되고자 합니다. 내부적으로는 ‘유저 맥락 슬롯화(Slotify of User Context)’라고 하는 개념이 있습니다. 유저의 시간을 15분 단위로 슬롯화하여, 선택 가능한 최적의 액션 플랜을 제안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박 대표는 이것이 서드파티 앱과 연동됨으로써, 시간을 거래하는 프로토콜을 확립하고, 시간 거래 시장의 관리자가 되는 것이 타임트리의 목표라고 말합니다.
🎤 마지막 질문입니다. 대표님에게 AI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AI란 타임트리의 글로벌 제패를 위한 도구입니다.”
박 대표는 26년 전에 도쿄에 갔습니다. 도쿄에 있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2002 월드컵도 있었고, 9·11 테러도 있었고, 동일본 대지진도 있었고, 코로나도 있었습니다.
“i모드라는 NTT도코모의 혁신을 직접 봤습니다. 인터넷 시대에는 e삼성을 만나 온라인 게임으로 도쿄증시에 상장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모바일 혁명이 왔을 때는 카카오를 만나 경영팀으로써 단맛도, 쓴맛도 봤습니다.”
그리고 지금, AI라는 문명 전환 시대의 입구에서, 타임트리의 창업자로 SK그룹을 만났습니다.
“AI가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인연이죠. 현재의 타임트리는 극동아시아의 작은 섬나라에서 이루어낸 기적 같은 겁니다. 제2의 라인이라는 말을 종종 듣지만, 저희는 라인을 넘을 것입니다. 이번 목표는 타임트리로 글로벌을 제패하는 것입니다.”
🧑🔬기술을 넘어, 사람을 이해하는 시도로
AI가 시간을 배운다는 건, 인간이 여유를 되찾는 일입니다.
부부싸움에서 시작된 작은 아이디어가 7천만 명의 시간을 바꾸고, 이제 AI를 만나 우리 모두의 삶을 바꾸려 합니다. AI가 내 하루를 기억하고, 내 시간을 정리하며, 내 삶의 속도에 맞춰 함께 걸어주는 세상. 타임트리와 SK텔레콤의 협력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술을 넘어, 우리 인간의 하루와 리듬을 이해하려는 시도에 가까울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