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AI 슬롭,
디지털 시대의 불량 식품

2026.01.15

2024년, 구글이 제미나이(Gemini) AI를 검색 결과에 도입하면서 인터넷에는 이상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손가락이 여섯 개인 사람, 새우로 만든 예수상, 곤충으로 뒤덮인 정치인의 초상화. 기괴하고 어딘가 이상하지만 묘하게 그럴듯해 보이는 콘텐츠가 SNS와 검색 결과를 점령하기 시작했죠. 아무도 요청하지 않았는데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이 ‘쓰레기 같은 콘텐츠’를 사람들은 ‘AI 슬롭(AI Slop)’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 2025년을 정의한 단어, ‘슬롭’

2025년 12월, 미국의 메리엄-웹스터(Merriam-Webster) 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슬롭(Slop)’을 선정했어요. 본래 가축의 사료나 오물을 뜻하던 이 단어가 갑자기 주목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생성형 AI가 쏟아내는 저품질 콘텐츠 때문입니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슬롭을 “인공지능에 의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저품질 디지털 콘텐츠”라고 정의했습니다. 마치 패스트푸드점의 대량 가공식품처럼, 값싸고 빠르게 접할 수는 있지만 영양가(의미)는 없고 오히려 우리의 지적 건강을 해치는 것이죠.

🤖 AI 슬롭?

‘AI SLOP’라는 거대한 글자 아래, 공장형 로봇들이 돈과 클릭을 만들어내는 장면을 묘사한 그래픽 이미지. AI가 대량 생산한 저품질 콘텐츠가 디지털 정크푸드처럼 흐르는 모습을 표현했다.

AI 슬롭은 생성형 AI를 사용해 인간의 검수나 창의적 의도 없이 대량으로 찍어낸 저품질 디지털 콘텐츠를 의미합니다. 2024년 테크 전문가들이 대중화한 이 용어는, 과거의 ‘스팸(Spam)’처럼 비하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어요.

중요한 점은, AI 슬롭이 단순히 ‘AI가 만든 콘텐츠’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AI로 만든 훌륭한 예술 작품이나 유용한 정보도 분명 존재하니까요. 핵심은 ‘아무도 원하지 않았는데 오직 수익 창출만을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생산된 콘텐츠’라는 점입니다.

🔍 AI 슬롭, 어떻게 알아볼까?

시각적 기괴함 손가락 6개, 무생물과 생물이 합쳐진 이상한 이미지, 뭉개진 배경

부주의한 언어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거짓 정보 제공, 환각(Hallucination) 유포

반복성과 공허함 자극적 낚시용 헤드라인, “99%가 모르는 충격적인 진실” 같은 표현

🤑 ‘슬롭’ 뒤에 숨은 경제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낚시글 생성기’가 연속으로 작동하며 자극적인 제목의 콘텐츠를 찍어내는 공장을 풍자한 일러스트. “오늘도 클릭 공장은 돌아갑니다”라는 문구가 함께 보인다.

의미없는 콘텐츠의 범람 뒤에는 ‘광고 수익’이 있다(나노바나나 생성)

AI 슬롭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돈 때문이죠. 개발도상국의 ‘콘텐츠 농장(Content farms)’이 AI 도구를 사용해 단 몇 초 만에 영상을 제작하고, 광고 단가가 높은 국가의 시청자를 타겟팅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예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튜브 알고리즘이 새로운 사용자에게 추천하는 영상의 21%가 AI 슬롭으로 분류됩니다. 이런 저품질 콘텐츠는 연간 약 1억 1,700만 달러(약 1,700억 원)의 광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추정되죠.

🔍 대표 사례

인도의 ‘Bandar Apna Dost’ 채널은 기괴한 원숭이 영상을 대량 게시하여 24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연간 약 425만 달러(약 6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콘텐츠의 질보다 조회수와 참여도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중독성 강한 슬롭이 우선적으로 추천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어요. ‘새우 예수’와 같이 기괴하거나 자극적인 AI 이미지는 높은 조회수를 유도하며 광고 인벤토리를 늘리는 데 기여하죠.

결국 플랫폼은 ‘빠른 조회수와 즉각적인 광고 수익’ 을 얻지만, 동시에 디지털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사용자의 신뢰를 갉아먹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 AI 슬롭의 폐해와 문제점

AI 슬롭은 단순히 품질이 낮은 콘텐츠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1. 정보 생태계의 오염

가장 큰 피해는 우리가 소비하는 정보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복잡하게 얽힌 바다 위를 떠다니는 재활용 짤과 낚시글, AI 댓글 속에서 ‘진품’을 찾는 상황을 풍자한 그림. 중앙에는 병 속에 담긴 ‘AUTHENTIC’ 표시가 보인다.

오염된 디지털 생태계(나노바나나 생성)

에피스테믹 디케이(Epistemic Decay)

AI 슬롭은 사용자가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어, 사회적 합의의 기초가 되는 공유된 현실 감각을 파괴합니다. 2024년 허리케인 헬린(Helene) 때 AI가 생성한 가짜 피해 이미지가 SNS에 퍼지면서 구호 활동에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죠.

브레인롯(Brainrot)*

유튜브 쇼츠의 약 33%가 ‘브레인롯’으로 분류돼요. 시청자의 지적 상태를 부식시키는 강박적이고 무의미한 저질 콘텐츠를 말하죠. 마치 디지털 불량 식품을 계속 섭취하는 것과 같습니다.

* 브레인롯(brainrot): 틱톡 같은 숏폼을 끝없이 보다 보면 뇌가 ‘과부하 모드’가 된 것처럼 집중력은 흐려지고, 자극은 점점 더 강한 걸 찾게 되는 상태를 자조적으로 부르는 인터넷 밈.

2. 모델 붕괴 (Model Collapse)

AI 슬롭은 AI 기술 발전 자체에도 위협이 됩니다. 인터넷이 AI 슬롭으로 오염되면, 차세대 AI 모델들이 선배 AI가 만든 저질 데이터를 학습하게 되지요. 복사본을 다시 복사하는 것처럼, 학습이 반복될수록 품질이 급격히 저하되는 ‘모델 붕괴’ 현상이 발생하는 겁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를 먹고 순환하는 뱀 형태의 구조 안에 ‘무지성 자기증식’이라는 문구가 중심에 놓인 일러스트. 학습 데이터가 다시 출력으로 소비되는 구조를 ‘인공지능의 우로보로스’로 표현했다.

AI끼리 학습이 시작되며 저급한 데이터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꼴이 되는 ‘디지털 우로보로스’(나노바나나 생성)

비유하자면, 모델 붕괴는 ‘근친교배로 인한 유전적 결함’과 같습니다. 새로운 외부 유전자(인간의 독창적인 데이터)가 유입되지 않고 좁은 유전자 풀(AI가 만든 데이터) 안에서만 계속 복제될 경우, 생물학적 개체(AI 모델) 자체가 병들고 약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죠.

🛡️ AI 슬롭 대처법

인터넷 환경이 저품질의 AI 생성 콘텐츠로 오염됨에 따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지금부터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합니다.

1. 플랫폼 기능을 적극 활용하기

유튜브나 SNS 피드에서 AI 슬롭으로 의심되는 영상을 보면 ‘관심 없음(Not Interested)’ 또는 ‘채널 추천 안 함(Don’t Recommend Channel)’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세요. AI 콘텐츠를 걸러낼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의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AI 댓글과 낚시글을 체에 거르듯 분류하는 인물의 일러스트. 쓸모없는 콘텐츠를 걸러내는 과정이 “쓸만한 것 찾는 데만 한 세월”이라는 문구로 표현돼 있다.

1차적으로 해야할 것은 ‘적극적인 걸러내기’ (나노바나나 생성)

2. 비판적 사고 습관 기르기

AI 슬롭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질적인 의미가 결여된 경우가 많으므로 질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 이 내용이 상식적으로 말이 될까?
☑️ 누가, 왜 만들었을까?
☑️ 출처가 명확할까?
☑️ 이 정보가 나에게 어떤 감정을 유도하려 할까?

3. 정보 검증 습관 만들기

교육용 영상이나 뉴스 성격의 콘텐츠를 접할 때, 해당 내용을 다른 신뢰할 수 있는 소스(전문 서적, 공식 뉴스 등)와 교차 확인하는 습관이 필수적입니다.

🔍 검증 프로세스

 

  • AI가 제시한 통계나 인용문을 복사
  • 구글 논문(Google Scholar), 공식 기관 사이트에서 검색
  • 최소 2~3개의 신뢰할 수 있는 출처에서 동일한 내용 확인
  • 날짜, 숫자, 인물명 등 구체적 정보가 일치하는지 대조

 

특히 의학, 법률, 금융 정보처럼 전문적이고 중요한 분야는 반드시 전문가나 공식 기관의 정보를 재확인하세요.

🔄 정화의 시작

‘AI 생성 콘텐츠’ 더미 속에서 돋보기를 들고 ‘100% 인간’이라고 적힌 책을 확인하는 장면. 디지털 고고학자처럼 인간이 쓴 문장을 구별하려는 미래 사회를 묘사한 그림.

언젠가 우리는 이런 미래를 맞이하게 될 지도 모른다. (나노바나나 생성)

2025년을 기점으로 AI 슬롭에 대한 거센 문화적 반발이 시작되었으며, 2026년에는 본격적인 정화 노력이 예상됩니다.

유튜브는 2025년 7월부터 독창성 없는 대량 생산 AI 콘텐츠에 대한 수익 창출을 중단했고, EU AI 법은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명확한 라벨링을 의무화했죠.

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은 작가들의 저작물 무단 사용 혐의로 15억 달러(약 2조 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하는 등 법적 대응도 강화되고 있어요.

⏸️ ‘멈춤’으로 한 발 더 나아가기

AI 슬롭은 마치 ‘디지털 불량 식품’과 같아요. 싸고 빠르게 공간을 채울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우리의 지적 건강을 해치고 정보 생태계 전체를 오염시키죠.

AI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에요.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있어요. ‘더 많이, 더 빠르게’가 아닌 ‘더 가치 있게, 제대로’ 만들고 소비하는 문화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에요.

꽃과 아이디어가 자라는 정원과, 복붙과 자동 생성 콘텐츠가 얽힌 덤불을 대비해 그린 일러스트. 비판적 사고와 리서치를 통해 진짜 생각을 키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는 데에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듯이, 건강한 디지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도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나노바나나 생성)

AI 시대의 가장 큰 리터러시는 어쩌면 ‘멈춤’일지도 몰라요. 클릭하기 전, 공유하기 전, 한 번 더 숨을 고르세요. 현명한 판단과 건강한 디지털 식단이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