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성공적인 AX,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2026.01.23

이재훈
IT 커뮤니케이터 겸 작가 / IT 트렌드레터 ‘테크잇슈’ 발행인
일상 속 기술의 변화를 쉽고 흥미롭게 전하며, 기술과 사람을 잇고 있습니다.
주요 저서로는 『샘 울트먼, 더 비전 2030』이 있습니다.

AX는 DX의 연장선이 아니다

약 5년 전, 모든 기업은 DX(Digital Transformation)를 외쳤습니다.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데이터를 모으고, 업무를 디지털화했습니다. 그러다 하나의 거대한 분기점이 등장하는데요. 바로 ChatGPT의 등장입니다. 이후 기업들은 다시 AX(AI Transformation)를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많은 조직이 AX를 DX의 연장선으로 이해했다는 점입니다. ‘더 똑똑한 자동화 도구 하나를 추가하는 것’ 정도로 말이죠. 엑셀 대신 AI를 쓰고, 검색 대신 ChatGPT를 쓰는 수준의 변화. 이 오해는 곧 AX의 실패로 이어졌습니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사용하는 남성 캐릭터 일러스트. 남성의 머리 위 말풍선에 ‘DX’와 ‘AX’라는 텍스트가 각각 표시되어 있고, 그 사이에 물음표(?)가 떠 있어 디지털 전환(DX)과 AI 전환(AX) 사이에서 고민하는 상황을 표현한 이미지.

생성: ChatGPT-5.2

AX는 손을 빠르게 해주는 단순한 도구의 교체가 아닙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가치’를 원점에서 다시 설계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 차이를 이해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격차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는데요. PwC의 <2025 Global AI Jobs Barometer>에 따르면, AI 활용도가 높은 산업의 직원 1인당 매출 성장률은 그렇지 않은 산업보다 3배나 높았습니다.

이보다 더 놀라운 사실도 있습니다. 광업이나 건설업처럼 AI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산업을 포함해, 전 세계 모든 산업이 AI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AI는 더 이상 IT 부서의 실험 대상이 아닙니다. 이미 실무자들의 책상 위로 올라와, 실질적인 격차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 질문은 “AI를 도입할 것인가?”가 아닙니다. 이미 검증된 3배의 생산성 격차 앞에서, 이 기술을 활용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묻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왜 85%의 AX 프로젝트는 실패하는가?

모두가 AX를 외치지만, 성공하는 곳은 극소수입니다. 가트너(Gartner)는 AI 프로젝트의 85%가 실패한다고 경고하는데요. 표면적인 이유는 잘못된 데이터나 전략의 부재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이면에 숨겨진 ‘진짜 원인’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AI 실패의 구조를 설명하는 삼각형 인포그래픽 이미지. 중앙 원형 영역에 ‘AI 실패의 본질’이라는 제목과 함께 ‘기술의 부재’는 X, ‘방향의 부재’는 체크로 표시되어 있다. 상단 삼각 영역에는 ‘망가진 프로세스+AI 비효율의 고속화’라는 문구와 함께 기어와 끊어진 흐름을 나타내는 아이콘이 배치되어 있다. 좌측 하단 영역에는 ‘ROI 없는 PoC 파일럿의 늪’이라는 텍스트와 분석 도구와 성과 그래프 아이콘이 있으며, 우측 하단 영역에는 ‘검증 없는 수용의 문화적 저항’이라는 문구와 사람들과 보호막 아이콘이 함께 표현되어 있다.

AX 실패의 본질

첫째, 망가진 프로세스 위에 AI를 얹어 ‘비효율을 고속화’합니다.

의사결정 단계가 복잡하거나 부서 간 장벽으로 정보가 단절된 조직이 AI를 도입하면, 비효율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비효율이 ‘빛의 속도’로 반복됩니다. 데이터의 맥락이 정리되지 않은 챗봇은 고객에게 엉뚱한 답변을 더 빠르게, 더 확신에 차서 내놓으며 조직의 리스크를 키우는 자충수가 될 뿐입니다.

둘째, 비즈니스 임팩트와 연결되지 않은 ‘파일럿의 늪’에 갇힙니다.

많은 조직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수십 개의 PoC(개념 증명)를 진행하지만, 대부분 ‘신기한 실험’에서 멈춥니다. AX의 핵심은 “신기한 기술을 써봤다”가 아니라 “그래서 돈이 벌리는가?”, “비용이 줄어드는가?”라는 ROI(투자 대비 성과)의 증명이기 때문입니다. 현업의 구체적인 고통(Pain Point)을 해결하지 못하고 IT 부서 주도로 기술 자체에만 매몰된 프로젝트는, 결국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폐기됩니다.

셋째, 기술 도입에만 몰두해 ‘문화적 저항’을 간과합니다.

경영진이 AI를 인건비 절감 수단으로 비추는 순간, 직원들은 AI를 경쟁자로 인식해 방어기제가 작동됩니다. ‘어차피 AI가 다 할 텐데’라는 패배주의에 빠져 성장을 멈추는 조용한 체념이 확산될 수 있고, AI의 결과물을 검증 없이 기계적으로 수용합니다. 구성원의 치열한 고민과 검증이 사라진 조직에서, 아무리 뛰어난 AI 모델도 결국 무용지물이 될 뿐입니다.

즉, AX 실패의 본질은 기술의 부재가 아니라 ‘방향의 부재’에 있습니다.

성공하는 AX는 무엇이 다른가?

AX의 본질을 이해했다면, 이제 실행의 문제가 남습니다. 조직에서 AI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X 성공 구조를 설명하는 삼각형 인포그래픽 이미지. 중앙 원형 영역에는 ‘AX 성공의 본질’이라는 텍스트가 강조되어 있다. 상단에는 ‘문제 해결형 AX’라는 제목이 표시되어 있으며, 타깃 아이콘과 함께 ‘막연한 도입이 아닌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서 출발’이라는 문구가 배치되어 있다. 좌측 하단 영역에는 ‘작은 나침반’의 제목이 있고, 시계 아이콘과 함께 ‘완벽한 계획보다 작은 파일럿부터 시작’이라는 문구가 표시되어 있다. 우측 하단 영역에는 ‘역량을 확장하는 무기’라는 제목이 있고, 성장 그래프 아이콘과 함께 ‘AI는 경쟁자가 아닌 활용해 역량을 키우는 도구’라는 문구가 있다.

AX 성공의 본질

첫째, AI를 위한 AI를 경계해야 합니다.

막연한 도입은 필패입니다. 보통 AX의 KPI를 도입률로 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더 정확히는 ‘해결하고자 하는 고통의 크기’여야 합니다. 우리 조직에서 가장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업무는 무엇이며, 그 일이 사라지면 우리는 무엇에 집중할 수 있는지. 이 질문에서 AX는 시작됩니다.

둘째, 완벽한 지도보다 작은 나침반을 선택해야 합니다.

AI 기술은 매달, 아니 매일 변합니다. 1년짜리 마스터플랜을 기다리다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것보다, 작은 파일럿으로 성공 경험을 만들고 확장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셋째, AI를 경쟁자가 아닌 무기로 인식시켜야 합니다.

PwC 보고서에 따르면 AI 활용도가 높은 직종에서 일자리는 줄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임금은 2배 더 빠르게 상승했는데요.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역량을 확장하는 도구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반대로 AI를 일자리 축소 도구로만 사용하는 조직은 결국 실패합니다. AI를 과거의 업무를 반복하는 데 쓰는 것이 작은 생각이라면, AI로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것이 큰 생각입니다.

AX 시대, 개인은 무엇으로 살아남는가?

이제 ‘무엇을 아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배우고 연결하느냐’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AI 툴을 능숙하게 다루려는 노력보다, AI의 한계를 빠르게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AI는 문제를 대신 정의해주지 않습니다. 무엇을 최적화할지, 어떤 제약을 둘지, 결과를 어떻게 판단할지는 여전히 사람이 결정합니다. 같은 AI를 써도 성과가 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AX 시대의 AI 리터러시*는 정답을 찾는 능력이 아니라 질문을 설계하는 능력입니다.

* AI 리터러시: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이해하고 이를 실제 업무와 의사결정에 올바르게 적용할 수 있는 역량

정장을 입은 남성 캐릭터가 양손을 벌리고 균형을 잡고 있는 일러스트 이미지. 왼손 위에는 파란색 글자로 ‘AI’라는 텍스트가 놓여 있고, 오른손 위에는 베이지색 글자로 ‘Humanity’라는 텍스트가 놓여 있다.

생성: ChatGPT-5.2

여기에 하나의 축이 더 필요합니다. 바로 인간다움입니다. <AI 2041>의 저자 리 카이푸는 AI가 최적화는 잘하지만, 스스로 목표를 정하거나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AI는 수렴적 사고에는 강하지만, 엉뚱한 가능성을 상상하는 확산적 사고에는 취약하다는 의미인데요. 비판적 사고, 공감 능력, 윤리적 판단. 이것이 AI가 넘볼 수 없는 인간의 영역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 두 축이 경쟁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AI 리터러시가 없는 인간다움은 감각에 머물고, 인간다움이 없는 AI 리터러시는 맹목적인 자동화로 흐릅니다. AX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과 인간성 중 하나를 고르는 데 있지 않습니다. 이 둘을 연결하는 능력에 있습니다. 즉 AI는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AX 성공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AX는 명확한 완료 시점이 있는 계단식 변화가 아닙니다. 한 번의 도입으로 끝나는 프로젝트도 아닙니다. 조직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축적되고 진화하는, 곡선형의 과정에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명확한 마침표를 찍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변화의 방향은 분명히 감지할 수 있습니다.

비포·애프터 비교 형식의 인포그래픽 이미지. 왼쪽은 ‘BEFORE’, 오른쪽은 ‘AFTER’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항목 ‘질문의 질(QUALITY)’에서 BEFORE는 ‘누가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AFTER는 ‘우리가 풀 가치가 있는 문제인가?’라는 질문으로 전환된다. 두 번째 항목 ‘판단의 주체’에서 BEFORE는 ‘소수 전문가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는 방식이며, AFTER는 ‘경험과 노하우로 축적된 집단 지성’을 활용하는 구조를 나타낸다. 세 번째 항목 ‘리턴 접근 방식’에서 BEFORE는 ‘패를 피하기 위해 낮은 리턴의 선택에 머무름’으로 표현되고, AFTER는 ‘실패 비용을 낮추고, 높은 리턴의 영역까지 실험’으로 확장된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AX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보이는 변화

가장 먼저 감지되는 변화는 조직이 던지는 질문의 질(Quality)입니다. AX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이 일은 누가 할 수 있는가”라는 수행 중심의 고민이 사라지고, “이 문제는 정말 우리가 지금 풀 가치가 있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이 그 자리를 채웁니다. AI가 실행 방법을 빠르게 제시해 주기에, 조직은 가능성 여부보다 전략적 우선순위와 임팩트를 먼저 치열하게 고민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판단이 특정 개인에게 묶이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과거에는 소수 전문가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했다면, 성공적인 AX 조직은 경험과 노하우가 시스템 안에 축적됩니다. 그 결과 더 넓은 범위의 정보와 통찰이 공유되고, 집단의 지성이 의사결정의 주체가 됩니다. 소수의 ‘감’이 아니라 축적된 ‘데이터’가 조직의 나침반이 되는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리턴이 큰 영역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과거에는 성공했을 때의 보상이 크더라도 실패 확률이 높은 선택은 쉽게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AX 환경에서는 실험과 검증의 비용이 낮아지면서, 성공 가능성은 낮지만 성공했을 때의 보상이 큰 영역도 현실적인 선택지가 됩니다. 실패의 부담이 줄어들수록, 조직은 리턴의 상한이 높은 방향으로 더 과감하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 모든 변화가 모여, 앞서 말한 3배의 격차를 만듭니다. 그리고 우리 조직이 이 격차를 만들어 내기 위해, 내일 회의에서는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시는 건 어떨까요?

“AI가 우리 일을 어떻게 바꿀까?”가 아니라, “우리가 정말 해결하고 싶은 불편함은 무엇인가?”라고. 그 질문에서, 진짜 AX는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