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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미디어 다오
2025.10.14
‘AI로 고화질 영상을 만든다’는 말은 이제 새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실제 서비스에 안정적으로 적용한 사례는 여전히 드뭅니다.
지난 9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미디어계의 MWC’로 불리는 세계 최대 방송·미디어 기술 전시회 IBC 2025에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이노베이션 어워드’ 환경 및 지속가능성 부문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린 것도 그 때문입니다.
🛠️ 기술은 ‘현장’에서 말한다
수상의 주인공은 바로 SK텔레콤의 AI 기반 미디어 품질개선 솔루션 ‘슈퍼노바(SUPERNOVA)’. 오래되고 흐릿한 콘텐츠를 고해상도로 복원(Remastering)하거나, 실시간 방송을 고화질(UHD)로 변환하는 기술입니다. 이번 수상은 단순히 ‘영상의 선명도를 높이는 기술’이 아니라, 전력 효율성까지 고려해 방송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낸 사례로 인정받은 것인데요.
🌟 SUPERNOVA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딥러닝 기반 AI 기술. 영상·이미지·오디오 등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 품질을 개선합니다. 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뿐만 아니라, 머신 비전을 활용한 반도체 품질 검수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활용 중인 범용 기술이기도 합니다.
기존의 AI 화질 개선 기술은 연구실이나 포스트 프로덕션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 방송 시스템에 실시간 적용되는 일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이 기술을 SK브로드밴드의 IPTV 플랫폼 B tv에 탑재해 상용화했습니다. 그것도 단순 적용이 아니라, 24시간 끊김 없이 가동되는 실시간 방송 환경에 안정적으로 얹었죠.
딥러닝 네트워크로 흐릿한 이미지를 고해상도로 복원하는 슈퍼노바 (출처)
실제로 현재 B tv에서 중계되는 SPOTV 스포츠 채널에는 슈퍼노바 솔루션이 적용된 실시간 UHD 업스케일링 기술이 적용돼 있습니다. 시청자가 HD 화질로 수신하는 방송 콘텐츠는 AI 엔진을 통해 실시간으로 UHD 수준까지 향상되는데요. 기존보다 더 선명한 화면을, 더 적은 에너지로 구현해 냅니다. 기술 도입 이후 7개월간 단 한 차례의 중단 없이 방송이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7%가 ‘화질 만족도가 향상되었다’라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실시간 UHD 업스케일링 기술이 적용된 SPOTV 스포츠 채널 장면
슈퍼노바 솔루션은 방송을 넘어 다양한 영역에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AI Remastering’ 프로젝트를 통해 MBC와 SK브로드밴드에 화질 개선 엔진을 공급했고, ‘AI DeOldify’ 기술을 통해 독립기념관에 소장된 역사 자료를 복원하는 데도 사용됐습니다. 또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제조 공정에도 적용되어, 웨이퍼 패턴 QA 공정에서 머신 비전의 해상도를 개선함으로써 품질 검수 정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CCTV 영상 속 인물 이미지를 선명하게 보정하는 ‘AI Security’ 기술도 슈퍼노바의 기술 확장성을 보여주죠.
노이즈와 왜곡이 많은 오래된 사진에 생기를 불어넣는 슈퍼노바 솔루션. 독립 기념관에 소장 중인 역사 자료를 슈퍼노바 솔루션을 활용해 복원 (출처)
SK하이닉스 반도체 품질평가(QA) 공정에 적용된 슈퍼노바. 머신 비전 해상도 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 (출처)
슈퍼노바 기술로 CCTV에 포착된 인물 이미지의 해상도 및 화질 개선 (출처)
💡 전기를 덜 쓰는 AI? 핵심은 NPU
IBC 2025에서 슈퍼노바가 주목받은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에너지 효율성이었습니다. 고화질 영상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려면 일반적으로 GPU(그래픽 처리장치)와 같은 고성능 처리 장비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GPU는 범용 연산을 수행하는 만큼, 필요 이상으로 전력을 소비하게 됩니다. SK텔레콤은 이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AI 연산에 최적화된 전용 프로세서인 NPU(Neural Processing Unit) 기반으로 슈퍼노바를 재설계했습니다.
NPU는 인간의 신경망 구조를 모방한 연산 구조로 되어 있으며, 특정 AI 연산에 한정해 높은 연산 효율을 보여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슈퍼노바는 기존 GPU 중심의 AI 알고리즘을 NPU 환경에 맞춰 경량화하고 최적화하는 과정을 거쳤고, 이를 통해 실시간 FHD-to-UHD 변환용 경량 엔진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 자사 VOD 엔진 대비 최대 80%에 달하는 전력 절감 효과를 실현하면서 동시에 동등한 수준의 화질 개선도 함께 달성했죠.
이러한 기술 최적화는 서버 운영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서버 집적도가 높아져 랙 공간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열 발생량도 감소해 냉각을 위한 에너지 소비 또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전 세계 방송사의 단 5%만 이 기술을 도입해도 연간 5만 톤 이상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수준입니다.
🎯 SUPERNOVA, 어디까지 왔니
슈퍼노바는 처음부터 상용 방송 기술을 목표로 개발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2019년, SK텔레콤은 흑백 역사 자료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AI 기반 영상 처리 기술의 가능성을 탐색하기 시작했는데요. 이후 기업 광고 영상, 제조 공정, VOD 콘텐츠 화질 개선 등 다양한 영역으로 적용 분야를 넓혀왔고, 실시간 방송 업스케일링까지 상용화에 성공하며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Q. 슈퍼노바 기술 업그레이드, 어떻게 가능했을까?
슈퍼노바 기술의 발전을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엇보다도 대규모 데이터셋 기반의 학습 구조입니다. SK텔레콤 Media AI팀은 방송 사업자들과 협약을 맺고, 실제 콘텐츠 데이터를 활용한 대용량 학습 DB를 구축해 오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영상 품질 문제를 학습하고 대응할 수 있는 AI 모델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최신 AI 품질 개선 기술을 분석하고 이를 슈퍼노바에 반영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엔진의 성능과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있습니다.
(사진 왼쪽부터) 류성걸 픽스트리 개발본부장, 신재섭 픽스트리 대표, 조형준 SK브로드밴드 미디어Tech본부장, 나태영 SK텔레콤 Gen AI개발팀장, SK 텔레콤 Gen AI 개발팀 배주한 님, MBC IT 솔루션팀 박준모 차장 등 수상자들
이번 프로젝트는 SK텔레콤의 기술력만으로 이루어진 결과는 아닙니다. 슈퍼노바는 SK텔레콤의 AI 알고리즘, SK브로드밴드의 미디어 서비스 플랫폼, 그리고 NPU 기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갖춘 파트너사 픽스트리(Pixtree)가 함께 만든 협력의 산물입니다. 기술 개발부터 상용 서비스 적용, 그리고 글로벌 확산 가능성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전문 역량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AI 생태계의 건강한 협력 모델로도 평가받고 있습니다.
☀️ SKT AI의 다음 챕터
현재 SK텔레콤은 슈퍼노바를 VOD와 실시간 방송을 모두 아우르는 ‘AI 종합 미디어 솔루션’으로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생성형 AI 기술과 NPU 최적화 기술을 결합해, 국내외 방송사 및 글로벌 OTT 플랫폼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방향도 모색 중이죠. 단순히 화질을 개선하는 기술을 넘어, 탄소 배출까지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미디어 기술로 슈퍼노바는 진화하고 있습니다.
더 선명한 화질을, 더 적은 에너지로 즐길 수 있는 세상. SK텔레콤은 기술이 사람과 환경을 향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미디어 경험의 혁신과 친환경 경영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수상으로 슈퍼노바 솔루션 기반 AI 미디어 기술의 우수성과 상용 서비스로서의 강점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았습니다. 앞으로 콘텐츠 제작 환경의 혁신과 친환경 경영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통합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임정연 SK텔레콤 Media Lab장